무아지경에 빠졌다

by 강아

아프리카 비제이를 시작하게 된 건 별 이유가 없었다. 나는 음악이 좋았다. 밀폐된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면 심장이 뛰었다. 마음의 깊은 곳이 울리는 듯한 순간에는 디제이도 똑같은 느낌을 받을 거다. 나는 맥스웰의 til the cops come knockin' 같은 걸 들으면 심연으로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들으면 기분이 나빠지는 음악도 있었다. 근데 당시에는 자주 그런 감정에 시달렸기 때문에 오히려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디제잉을 배웠다. 학원은 장한평에 위치해 있었다. 거기서 음악을 트는 순간엔 완전히 자유로웠다. 구명조끼를 입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드는 느낌이었다. 아무런 안전장치를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자유로움을 느꼈다. 삶은 많은 순간이 반대로 이루어졌다. 가장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순간에 가장 불안을 느꼈다. 돌이켜보면 가장 불안했던 시간이 가장 자유로운 순간이었다.


나는 알앤비를 좋아했지만 선생님은 이디엠을 트는 사람이었다. 내가 다운로드하여온 음악은 멜로디로 이루어져 있어 분위기를 바꾸는 게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순간이 있었다. 실력이 능숙하면 믹싱을 흘러가듯 할 수 있었겠지만, 그런 것엔 버거움을 느꼈다. 그럴 땐 선생님의 유에스비에 담겨있던 음악으로 믹스했다.


그건 무아지경으로 빠지는 느낌이었다. 누군가가 신들린 듯이 춤을 추는 느낌이나 어떤 사람이 순간에 완전히 몰입하고 있는 순간처럼 자주 그랬다. 그런 느낌은 드물지만 한번 겪으면 빠져나올 수 없는 마약 같아서 일주일에 한 번 학원가는 길을 기다리게끔 했다. 그리고 그런 순간을 방송하면 괜찮을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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