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요? 그냥 유행한다고 해서..

by 강아

사람은 몰래 훔쳐보고 싶은 욕구가 있다. 그게 수많은 몰카가 성행하는 이유이고 별다른 결말도 없는 먹방을 보는 이유일 것이다. 내가 혼자 음악을 트는 순간을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다. 실력이 출중하면 클럽에 가서 음악을 틀 수도 있었지만 아직 그 정도 실력은 아니었다. 나는 비피엠을 맞추는 정도였다. 선생님의 음악에는 루마니아미니멀이 있었다. 그런 걸 믹스하면 미지의 세계로 여행하는 것 같았다. 내가 믹싱 하는걸 콘텐츠로 아프리카 TV를 했었다.


처음 하게 된 계기는 별다른 게 없었다. 그냥 비제이가 유행한다고 하길래 해봤다. 내 애청자는 0명이었는데 그러다 한 명이 들어왔다. 사람이 하도 없어서 들어와 본 거라고 했다. 그랑은 그냥 일상적인 대화를 했다. 당시 나는 미국이민을 계획하고 있어서 인터뷰내용을 읽거나 회화연습을 위해 프렌즈 대본을 읽는 식이었다.


그는 석사를 다니며 학원강사를 하고 있는 애였다. 학부 졸업 후엔 제약 영업을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사 갑질에 대해 욕을 했다. 한밤중에도 의사가 부르면 가야 하고 개인적인 뒤치다꺼리를 하는 게 일상이라고 했다. 또한 그는 고양이를 키웠다. 나는 디제잉을 하기 전에는 내가 즐겨 듣는 음악들을 선곡해서 틀었다. 감정이 실린 알앤비를 좋아해서 그런 것들을 재생했다. 그렇게 튼 음악을 청자가 좋다고 하는 게 쾌감이 있었다. 걔는 그날부터 방송을 틀 때마다 들어왔다.


두 번째 시청자는 라모라는 사람이었다. Rameau는 피아니스트인데 그를 본떠 필명을 만든 만큼, 그는 클래식에 조예가 깊었다. 음악 스트리밍을 하다가 나는 피아노방송도 진행했는데, 연습하는 걸 영상으로 스트리밍 하는 수준이었다. 피아노를 전공하지 못한 미련을 가지고 있어서 연습하는걸 방송하면 가끔 변태들도 들어와서 페달을 누르는 걸 보고 흥분하곤 했다. 세상엔 이상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느꼈다. 라모는 예술의 전당에 자주 들으러 가고, 임윤찬과 같은 젊은 음악인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근데 말투가 좀 아재 같아서 40대는 넘었을 거 같은데, 한 번도 그의 얼굴을 본 적이 없어서 어떤 외양을 가진 사람일까 궁금해지곤 했다. 상상 속의 그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을 거 같은 평범한 외모일 것 같았는데, 가끔 내가 점심시간에 방송을 틀면 그때도 들어오는 걸 보면 프리랜서 같은 자유로운 직업인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마 직업이 없었을 수도 있다.


라모는 클래식 애호가였기 때문에 다른 피아노 전공자가 하는 방송에도 거의 매니저로 활동할 만큼 애정을 가지고 있었다. 나는 그가 애정하는 비제이가 누군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에게 물었을 때 대답해주지 않았다. 그의 방송국에 들어갔을 때 파도타기를 통해 결국 그가 누굴 구독하는지 알게 되었다. 그녀는 요술손이라는 가명을 쓰는 피아노전공자였다. 그렇게 들어가 본 그녀의 연주는 수준급이었다. 전공자인 것 같았다. 그녀도 연주회 등을 위해 연습을 계속하는 사람이었고 그녀가 연주하는 방에는 그랜드피아노가 놓여 있었다. 내 애청자가 그녀의 방송국에 가서 터줏대감처럼 행동하는 모습들을 보며 좀 괴이하게 느껴졌다.


다른 한 명은 코인충이었다. 그는 내 방송이 하도 인기가 없자 한번 들어왔다가 흥미를 느끼고 자주 들어오곤 했다. 그래서 보통 내 방송은 앞서 3명에 의해 돌아가곤 했다. 코인충은 직업은 없고 크립토트레이더라고 했다. 그러면서 내게 '롱이나 숏이냐' 같은 걸 물어보곤 했다. 난 미국은 믿었지만 중국은 안 믿는다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부터 걘 날 신뢰하는 것 같았다. 그도 중국을 싫어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시황이 롱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는데 그도 같았는지 그때 이후로 자주 들어왔다.


회사에서는 존재감이 미미했던 나는 온라인방송에선 나댈 수 있었다. 일단 학원강사와 라모는 서로를 존중했다. 그게 그들의 사는 방식인 거 같았다. 그러다가 한 번씩 변태가 들어오면 퇴치해 줬다. 나중엔 코인충까지 합세해서 찰떡이 잘 맞았다. 그렇게 노가리를 까면서 노는 게 일이었다. 나는 90년대 한국가요도 좋아해서 가끔 그런 걸 틀었는데, 그들은 그런 나를 '틀'이라고 말하며 놀렸다. 틀은 틀딱이라는 말로 늙은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었다. 하지만 그런 게 오히려 솔직함을 표방하는 것 같아서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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