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사람인데 안 외롭겠어?

내 결핍은

by 강아



신입직원과 점심을 먹었다. 그리 싫어하는 메뉴는 아니었지만 별로 입맛에 맞지 않았던 음식이었다. 인턴인 그가 해야 하는 토익과 자격증과 취업준비 같은 것들, 퇴근하고 그런 걸 공부하는 것들이 얼마나 긴 터널 속을 걷는 느낌이었는지 나도 안다. 하지만 또 그게 충족되면 또 다른 충족되지 않은 게 나타나는 게 삶인 것을. 나는 더 많은 돈을 쌓지 못하는 것과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없는 게 결핍이다.


지난 연애를 돌아봤을 때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우유부단하고 마마보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사랑한다고 느꼈다. 하지만 그건 그를 사랑한다고 믿고 싶어 했던 나였던 것이었다. 결국 나의 오만이었던 것이었다. 나는 그를 사랑했던 게 아니라 그를 사랑하는 내 모습이 좋았다. 그를 위해 하는 행동이라고 말하면서, 그 행동을 해서 그가 기뻐하는 걸 보고 우월감 비슷한 걸 느꼈다.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을 좋아하게 된 것도, 내 결정인 것이었다. 난 강한 사람을 보면 거부감을 느꼈다. 그래서 일부러 여리거나 소심한 사람을 내 옆에 두고, 오히려 그들을 지배하는 데 희열을 느꼈다. 내가 원하는 걸 말하고선, 그걸 해주지 못하면 무시하거나 조롱했다. 그가 미안함을 느껴서 해주면 그걸 사랑이라고 생각했다. 알고 보면 그가 내게 그런 걸 해준 것도, (그의) 강한 어머니 아래에서 큰 영향을 받았던 것이다. 막무가내로 요구하거나 가부장적인 어머니 밑에서 큰 애들은 내게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발견하곤 사랑을 느끼곤 했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난 그를 내 마음대로 하지 못하는 게 신경 쓰이고 거슬렸다. 그가 내 뜻대로 해주지 않는 게 서운하고 성질이 났다. 그럴수록 그를 마음대로 하고 싶은 내 본성이 튀어나왔지만, 그는 자신의 길을 갈 뿐이었고 그럴 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안 하는 것뿐이었다. 그가 나를 찾길 기다리는 것. 그런 건 사람을 지치게 만들었다. 기다리다 지쳐 다른 사람을 만나러 가면 다른 사람은 그만큼의 실망감을 안겨주었다. 그에게 집착하지 않으려고 간 장소에서 거짓말처럼 그를 마주했을 때 그와 나 사이에 끌림은 있었을지언정 신뢰가 없다는 걸 알고 뒤돌아보지 않고 안녕했다.




금요일 밤에 누구를 만나러 가지 않는 일상은 익숙하다. 이런 게 익숙하다 생각하면서도 누구를 만나러 가는 길의 기대와 설렘 이런 게 없는 건 내가 어느 부분을 놓치고 살아가고 있는 건가 하는 불안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 기대감 같은 건 시간에 풍화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 되면 오늘 있었던 일을 회상하고, 과거를 회상하다가 생각이 지나간 사람에게 가 닿게 되는 것이다. 지난 사람을 친구 찾기 해 보았을 때 그의 프로필은 무로 돼 있었다. 다시 그에게 연락하는 일은 없을 것이고 그도 (내게) 그럴 것이다.


몇 년 동안 친구로 묶어두고 있는 관계도, 힘들 때 그에게 찾아가 위안받고 그에게서 찬사와 자존감이 올라가는 말을 한참 동안 듣고 와 그날 당일은 마음이 괜찮았다. 하지만 그렇게 간 자리에서도 '나 아직 쓸만해'라는 인정을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열심히 살아온) 그가 가진 전문직, 그를 만나는 나도 그와 비슷한 사람이라는 위안 같은 걸 받고 싶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