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성 회복의 방법

by 강아

워크숍이었다. 출발은 11시에 하는데 출근시간인 9시에 맞춰 출근하지 않았다고 한소리 들었다. 내 시간을 억압당하는게 직장생활의 가장 큰 단점이다. 그래도 워크숍이니까 참았다. 가기 전 마신 커피로 화장실이 급해질 때쯤 도착했고 (당 떨어진 걸) 식사하니까 조금 나아졌다. 강의가 시작하고는 식곤증이 밀려왔지만 해야할 업무를 위해 노트북을 가져온 것이 신의 한수였다. 항상 가지고 오기 전에는 무거워서 고민하지만 가져오면 효용성이 컸다. 하다못해 글을 쓰거나 하기 싫었던 일을 처리하기 제격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은 낯선 환경에 있을때 술술 써지는 경험이 많았다.


저녁시간이 되기 전에 체크인을 하고 숙소에 누워있다보니 나가기가 귀찮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저녁을 안먹으면 너무 허기질거 같아서 나갔더니 가는길에 후배를 만나 여기 놀이기구가 있다는데 하는 대화로 웃음꽃을 피웠고 새삼 '그동안 너무 오래 혼자 여행을 해서 누군가 부담없이 대화하는게 정말 오랜만이네'란 생각을 했다. 메뉴는 고기였고 무한리필처럼 계속 추가할 수 있었다. 헬스하는 친구가 있어 고기는 계속 추가되었고 밖에 나가니 캠프파이어가 있었다.


모닥불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가만히 타는 불을 바라보면 안정감이 느껴지는데 집에선 할 수 없으니 정원을 가지고 싶단 이야기를 했더니 후배는 농막의 관리 불편함에 대해 말했다. 마시멜로우를 굽기 위해선 가까이 있어야 했는데 얼굴이 타들어갈거 같으면서도 구워먹는 재미는 쏠쏠했다. 한참을 불을 바라보고 있다가 숙소로 돌아가 2차를 한다고 해서 걸어가는데 상위담당자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그는 솔직하고 사람에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이라서 첫인상이 마음에 들었다.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는 스타일은 찾기 쉽지만 대개 그런 사람은 위선적인 사람들이 많았다. 나는 번번히 그런 그들에게 관심을 가졌다가 마음은 배신당하곤 했다. 그러며 점점 사람을 믿지 않게 되었고 (그는) 그러던 중 만나게 된 사람이었다. 모니터보호기가 없이 보스 바로옆에 위치해 감시받고 있던 내게 보스가 듣도록 '보호스티커도 붙이고 거울 세개 붙이고 그래요'라고 말해준게 너무 통쾌해서 좋았다. 그는 헤비토커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하지 않고 기꺼히 웃게해주려는 성정이 권위의식 또한 없어서 좋았다.


가장 좋았던건 (그는) 모든 사람을 존중한다는 것이었는데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는 사람도 인정하고, 일을 꼼꼼하게 처리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그 사람이 예산 기억 못하면 내가 하면 되죠'라고 말하는 사람이었다. 대개 업무에 빵꾸를 내면 심각하게 질책하거나 자존심을 깔아뭉개는 사람을 봐왔어서 이런 사람은 신선했다. 알고보니 그는 민간에서 일하다 온 사람이었고 사람을 끌어당기게 하는 요소를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타인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폐쇄적인 내게 영감을 준 사람이었다. 그와 짧게 한 대화는 인간에 대한 희망을 잠시나마 갖게 해 주었다. 그런 사람과 일하는 걸 '인복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일 테다. 나는 나를 존중해 주는 사람과 일하고 싶고, 그러기 위해서는 나부터 타인을 존중하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타인의 능력, 직위, 재산에 상관없이 상대방을 대하는건 어려운 일이지만, 그게 진정한 인간성을 회복하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