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는 수술 날짜였다. 주말이 지나고 하는 것이어서, 주말을 무거운 마음으로 보내고 있었다. 꼭 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느새 지정한 날짜가 다가오고 있었다. '사랑하지 않는 정략결혼을 하는 마음이 이런 마음일까'나는 속으로 혼자 생각했다. 그러던 중 어머니는 거의 울먹이는 소리로 전화가 왔다. '다른 병원 한 번만 더 가보자'고 했다. 예전 같으면 정해진 일정을 변경하는 게 싫어 단칼에 거절했을 테지만 이제는 세상에 날 생각하는 건 어머니뿐이라는 걸 알고 나서 '알겠다'라고 했다. '월요일에 취소전화 할게요'
현업에서 일하는 친구한테도 물었었고 그녀 또한 주저 없이 하라고 권했다. 하지만 이모가 하지 않아도 될 수술을 해서 살이 10kg 넘게 빠진 걸 본 어머니는 의사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고 나 또한 그렇다. 내 몸의 주인은 나이며 결정권 또한 내게 있다. 무언갈 결정하기 위해선 모든 선택지를 늘어놓고 신중하게 해야 된다는 것도 지난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진료를 봤던 병원에 다시 전화해 꼭 수술을 해야 하는지 묻자 '석회화가 동반된 결절'이라서 무조건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지방병원이 그런 수술로 병원을 운영한다는 것 또한 알고 있었다.
꼭 수술이 필요한지에 대해 다른 병원에 전화했을 때 간호사는 '이미 수술을 결정하셨으면 변할 게 없는 거 같은데요'라고 무책임하게 말했다. 그녀는 내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녀는 계속해서 '타 병원 영상을 가지고 진료 보시는 거면 2시간 넘게 기다려야 할 수도 있어요. 예약은 따로 안되고요'라고 협박했지만 기어이 가서 기다렸다. 갔더니 환자는 진료실에 들어가 있었는지 몰라도 한 명도 없었고 얼마 되지 않아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수술이 오늘이었다고요?' 그녀는 말했다. 원래 수술하기로 했던 병원에서는 잦은 문자와 전화를 했다. 일이 바쁘기도 했고 결정도 확실치 않아 받지 않았더니 마지막 문자로 변경한다면 꼭 전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날짜를 잡고 왔다면 확정인 줄 으레 알 수 있을 법도 한데, 그런 경우가 꽤나 있는 모양이었다. 결국 당일취소의 일환이 되었다.
'근데 왜 안 하셨어요'
'조직검사하는데 너무 아프기도 하고..'라고 말하자 '그래도 해야죠'라고 말하며 이어말했다.
'만약에 저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른 병원 가실 거예요?' '해야죠'라고 말하자 그녀는 말했다. '모양이 안 예쁘긴 하지만 크기가 아직 크지 않고 이경우에는 지켜볼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나는 계속해서 대전의 병원에서 우악스럽게 생긴 의사가 조직검사한다며 무자비하게 마취를 하고 바늘을 연이어 꽂던 경험이 되살아났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계산대에 서자, '이전 병원에서 수술하자고 했으면 그러는 게 좋을 거 같은데요'라고 싸가지없게 말했던 간호사는 뾰로통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것들이 내키는 대로 말하는 데는 이골이 났다. 대신 다른 간호사는 친절하게 '주차하셨어요?' 묻고 주차권을 받아서 나왔다. 아프면 치료하면 되고 그런 건 대개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는 걸 알고 있다. 불가피한 경우라면 물론 할 것이다. 하지만 미리 겁먹고 걱정해서 몸에 칼을 대긴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