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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Oct 08. 2024

검진 유소견과 가슴속 별

검진 결과를 들으러 가는 날이었다. 병가를 냈지만 아침에 눈뜨는 게 석연치 않았다. 의사는 유방전문병원에 가라고 했다. 날씨는 갑자기 비가 오며 매우 습하고 우울했다. 석회화는 흔하다곤 하지만 혹시나 하는 걱정이 마음을 더욱 가라앉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둘씩 왔고 나는 역시 혼밥이었다.


커피를 먹기 위해 유명하다는 가게를 갔지만 휴일이어서 결국 지나다니다 본 디저트 카페를 갔다. 발효버터를 이용한 쿠키는 맛있었고 생긴 지 얼마 안 된 듯 사람들은 꾸준히 왔다. 보통 여자는 남자이야기를 하거나, 결혼한 여자는 본인이 소개해준 커플 이야기를 하거나 병원 근처여서인지 간호사가 많이 왔다. 이제 막 신입을 맞은 선배 간호사는 신상을 캐고 있었는데 친절한데 불편한 st여서 나라도 도망가고 싶겠다 했다. 실제로 직원들이 금방 그만뒀다고 그녀가 말했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헬창은 7~8월이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하지만 나는 혼자였다. 장 아메리 책을 들고 왔지만 활자로만 읽지 내용은 하나도 들어오지 않았다.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것 때문이었다. 1시부터는 점심이라고 해서 2시에 시간 맞춰 가려고 시간을 뻐기다 차를 몰았다. 병원은 역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고 건물은 입점이 빼곡하게 되어 있었다.


접수대에 가니 영상촬영본이 필요하다 해서 차에 다시 내려갔다가 제출했다. 나는 아까부터 너무 피곤했다. 30대에 접어들며 몸은 한 군데씩 이상증세를 보였고 건강하게 태어났지만 그것이 영원하지 않다는 게 날 잠식했다. 건강을 위해 최근 운동도 시작했지만 사후약방문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예약을 안 해서 대기시간이 있을 수 있다고 그녀는 말했고 아까부터 배터리가 5%인 핸드폰을 충전기에 꼽았다. 병원은 고층에 위치해 있었고 여성전문병원이라 대부분의 고객이 여자인 광경은 조금 낯설게 느껴졌다.




가운을 입고 초조하게 기다리다 보니 3시가 되었다. '이때쯤이면 회사에서 무료함에 절어있을 시간인데'생각하니 간호사가 호명을 했고 들어간 진료실엔 남자가 있었다. '예약자가 아니어서 원장님은 지명할 수 없어요'라고 말했던 데스크가 생각났다.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는 영상촬영본을 보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점처럼 보이는 게 석회화라는 건데요. 검사 해봐야겠네요'라고 그는 말했다.

베드에 가슴을 펼쳐 누우니 그가 초음파를 보기 시작했고 보이는 화면엔 마치 별처럼 불규칙적으로 분포된 흰 것들이 보였다. 나는 '건강검진을 해서 이상을 발견해서 조기치료하는 것이 옳은가 아니면 아예 건강검진을 하지 않고 마음이 편한 것이 낫나'를 마음속으로 계속 가늠해보고 있었다. 결국 X-ray를 한 번 더 찍었고 검사기계는 가슴을 너무 납작하게 눌러 고통스러웠다. 아프다고 말했지만 간호사는 그래야 잘 나온다며 앞서의 강도와 동일하게 내 가슴을 압축했다.


그는 결국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고 가슴을 마취하고 긴 바늘을 여러 개 꼽기 시작했다. 아프다고 들었지만 항상 타인이 말하는 강도와 내가 느끼는 강도는 차이가 있어서 나는 섬뜩해지곤 했다. 무자비한 외부의 공격은 눈에서 저절로 눈물이 나오게 만들었고 너무 아프다고 말하자 '그럼 마취를 더 할게요'라고 했다. 마취제가 더 들어오는 건 더 싫었다. 치욕스러운 시간이 끝나고 진료실을 나오자 나는 완전히 소진되어 있었다. 너무 지쳐 있었다. 억지로 한 회사생활도, 이상신호를 보내는 몸도, 이런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지 못하는 나도. 이럴때면 가족이 절실해지고 남은 인생을 같이할 누굴 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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