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이 안 좋았던 이유는 준비했던 것에서 불합격 통지를 받았기 때문이었다. 적잖이 스트레스도 받으며 준비했어서 기대도 컸다. 그게 된다면 행복회로를 돌린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결과를 보고 나자 아무런 희망도 없어졌고 회사에선 멍 때리다 집에 왔다.
후련해야 할 금요일이었지만 실패의 감각이 날 짓눌렀다. 요리할 힘이 없어 햄버거를 사 먹고 돌아오는데 얼마나 더 이런 걸 경험해야 하는지 원망이 들었다. 음악을 듣다가 매몰되다시피 했을 때 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천변으로 나왔다. 천변은 여느 때와 같이 가족단위가 많았다. 홀로 뛰는 사람도 있었고 나는 사색하며 걷기 시작했다.
머리가 복잡해서 정리가 안될 때 확실히 걷는 건 도움이 되었다. 풀냄새를 맡으며 물이 흘러가는 걸 보고 걸으면 조금 마음이 진정되기도 했다. 평소엔 지나간 인연들을 생각했지만 이날은 결국 하지 못했단 자괴감에 휩싸였다. 내가 진짜 하고 싶은 게 뭔지 생각했다. 전업투자 하면서 돈을 벌면 사업체를 만들겠다고 생각하지만 캐시플로가 없으면 알바를 해야 하는데 나는 사회적 지위를 놓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간혹 전업투자를 하는 사람을 만나면 그조차 안정적 일자리를 구하는 걸 보면 말이다. 어쩌면 이번에 되지 못한 게 미래에서 봤을 땐 다행일 수도 있지만 당장의 상황에선 어쨌든 안된 거니까 속상했다.
같이 시험 본 사람은 지금은 이직한 동기지만 결과를 물어보지도 않았다. 되지 못한걸 누군가에게 하소연할 사람도 없는 것도 씁쓸했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을지언정 이야기하고 안 하고는 차이가 있는데 동생에게 말하기엔 그녀가 더 절박한 상황이고 부모님께 말해도 더 마음 안 좋아하실 거니 그냥 혼자 참고 걷고 오는 거다. 그래도 운동의 장점은 어쨌든 긍정적인 회로 가동이 된다는 건데 마칠 때 즈음엔 모든 게 잘될 거란 막연한 희망에 다다랐다. 대개 그런 상상은 어쨌든 회사를 그만둘 것이며 같은 걸 목표하는 사람과 만나 거주지를 바꾸게 될 것이고 나는 운이 좋으니까라는 아득한 것이다.
그래서 요샌 안 좋은 생각이 스멀스멀 들면 그냥 나간다. 더 단순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