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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아 Dec 20. 2024

일상에서 화가나는 순간과 대처법은?

독서모임에서 동갑인 애를 만나 친해지게 되었다. 그는 다음 주에 모임이 또 있다고 했고 그게 어제였다. 월요일이어서 피곤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친한 사람이 한 명 있단 사실은 그 부담감을 줄여주었다. 그리고 월요일이라 겪은 스트레스는 일로 엮이지 않은 사람들과 정서적인 대화를 나누고 싶다는 욕망을 늘려주었다.


그래서 참여하게 된 모임은 7시 반이었다. 저녁을 먹고 잠깐 숨을 고르다 갈 수 있는 시간이었다. 모임은 바에서 이루어졌다. 모임장이 바 사장이어서 이를 통해 매출을 올리려는 속셈도 알았지만 사람과의 진정성 있는 커넥션이 가능하다면 그 정도의 비용은 낼 용의가 있었다. 도착했더니 친구가 미소로 맞이해 주었고 시간에 늦을까 서둘렀던 것이 무색하게 30분간은 독서시간을 가진다고 했다.




모임의 좋은 점은 서로 모르는 얼굴이 많기 때문에 테이블에 뉴페이스가 왔을 때 호들갑 떨면서 인사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 각자 독서에 집중해 있기 때문에 인기척이 있을 때마다 인사를 하지 않아도 그런 상황을 서로가 이해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날 처음 참석한 사람은 뉴페가 문의 종소리를 울리며 들어올 때, 그녀가 옆자리에 앉을 때 보던 책에서 눈을 떼고 앉아있는 자리를 고치거나 두리번거렸다. 나는 이미 도착해서 누가 도착하든 말든 그 사람의 얼굴을 보지도 않은 채 묵묵히 책을 읽고 있을 뿐이었다.


시간이 되어 모임은 시작했다. 자유 독서여서 각자 읽은 책을 소개하고 발제하는 구조였는데 나는 그날 읽은 책이 그날의 에피소드와 연계되어 말하기 시작했다. 내용은 '불만은 에고가 자기를 강화하기 위해 선호하는 전략 중 하나이다'라는 에크하트 톨레의 책 중 문구였다. 그날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조장이 되었고 사람들의 편협함에 치를 떨었으며 내가 빠지면 발표를 하지 않는 이기심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던 날이었다. 발제는 '일상에서 화가 나는 상황과 그에 대한 대처법은?'이라는 내용이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이거나 학생이었기 때문에, 사람들과 의견을 조율하면서 겪는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 있었고, 그럴 때는 춤을 추거나 노래를 크게 부르는 등으로 나를 표현하며 해소한다고 했다. 


멤버 중 친구인 그는 헬스장에서 다음 이용자가 되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누가 낚아채 갈 때 화가 난다고 했고 그럴 때 '내가 왜 이렇게 화를 내지? 그 사람도 기다렸을 거야'라고 상황을 재정립한다고 했다. 대학원생인 누구는 학계에서 알량한 지식을 가졌다는 이유로 권위를 세우고 없는 말을 지어 사람을 매도하는 그 좁은 사회가 너무 싫다고 했다. 그런 게 싫어 대학원을 가지 않은 나도 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었다. 그럴 때 그는 반려동물을 통해 위안을 얻는다고 했고 각자의 해결방법은 그런 부정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한 각자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모임은 밤늦게까지 계속되었지만 내일 일정을 위해 나오면서 그래도 이런 사람과의 소통이 다시금 내일을 살아갈 힘을 주었다. 또 이해되지 않고 배려해야 할 타인을 내일도 만나야 된다는 생각 때문인지 몰라도 잠이 오지 않아서 '이럴 거면 모임에 더 있을걸'하며 서둘러 나온 걸 후회할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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