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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푸드

by 강아

누구나 소울푸드라 꼽을 음식이 하나씩은 있을 것이다.



내게 있어 소울푸드는 노량진의 토스트이다. 별로 모양새가 예쁘지도 않고 맛 또한 넘쳐나는 다른 음식에비하면 경쟁 상대로서는 부족하다. 그러나 내가 이 음식을 소울푸드로 꼽는 이유는 배고프던 시절 그 따스한 온기로 마음과 몸을 채워 주었기 때문이다.



노량진에서 재수를 했고, 점심은 도시락을 먹었다. 대부분 점심은 학원 내 도시락 판매처에서 사먹거나 아니면 도시락을 직접 싸와 먹었고, 저녁은 석식 시간을 이용해 나와서 사서 먹었다. 수험생이 많은 노량진 특성상 물가가 대체로 싸고, 다양한 음식들이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토스트다.



철판에 마가린을 바르고, 식빵 두장을 굽는다. 양배추와 당근을 넣은 계란 푼 것을 식빵 크기보다 약간 넘칠 만큼 철판에 두르고 뒤집는다. 이것이 익으면 식빵에 계란 익힌 것을 올리고 자체 개발한 머스타드 소스를 얹어 다시 식빵을 덮어 삼각 모양으로 접어 종이컵에 꽂는다. 기호에 따라 치즈와 햄을 넣기도 한다.



친구들과 자주 먹었던 기억이 난다. 현란한 아줌마의솜씨를 지켜보며 우리는 별거 아닌 것에도 까르르 웃어댔다. 같은 처지의 친구들이 있었기에 힘든 시간을견뎌냈으리라.



재수를 마쳤지만, 학교도 마침 그 근처로 되어서 노량진을 자주 지나쳤다. 가끔 그 기교라 불리울 것도 없는 평범하고, 따뜻한 토스트가 생각나 사먹었었다.하루는 아주머니와 대화를 하며 '작년부터 먹었는데 언제부터 계셨던 건가요'물으니 오년이라고 대답하셨다. 토스트를 먹을 때마다 당시의 친구들, 함께 했던 추억, 또 먹먹함 그런 복합적인 기분이 들었었다.



어떤 음식을 기억한다는 것은 단지 그 음식이라기 보다 당시의 상황, 기억, 대화, 흐릿했던 공기로 기억되는 것만 같다. 오후 다섯시경 허기를 느꼈고 마침 습도를 지닌 그때와 같은 날씨였고 그래서 볼품없지만 무엇보다 든든한 한끼가 되었던 그 날의 토스트가 기억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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