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지 마, 그냥 옆에 있어줘

by 강아

최근엔 쇼팽을 치고 있어서 녹턴부터 시작해서 스케르초, 프렐류드를 도장깨기 하듯 치고 있다. 그중 프렐류드 op28 중에서도 no4는 영화 사마리아의 OST로 쓰이기도 했고 그 분위기가 가라앉는 기분이 들어서 종종 치곤 했었다.


피아노를 치면 페달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음색이 달라지는데, 현을 울리는 것 말고 피아노 본연의 소리를 좋아한다. 사람들이 루바토 하길래 루바토가 무엇인지 물었더니


안녕

거기 잘지내


안녕 거기

잘지내


와 같은 거라고 했다. 그러니까 문장 길이는 동일한데 어느 부분을 의도적으로 늘이거나 줄여서 운율을 주는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 메트로놈은 필수로 여겨지는데, 처음에는 박자를 동일하게 맞추는 연습을 하고 연습이 되었을 때 마디의 분위기를 살리는 것이다.


op28 중에서도 4번은 구조에 생긴 균열이라 했다. 이 곡은 기교가 없고 구조가 단순한데 절망이나 체념, 죽음과 같은 단어와 연결되는데 베이스가 반음계적으로 하강하여 더 깊은 불협으로 빠져든다. 그래서 결국엔 침잠되고야 마는 곡이다.


근데 이 곡은 루바토를 주면 안된다고 했다. 곡 자체가 무너지고 있기 때문이다. 즉, 일반적인 곡과 다르게 점점 커지지 않고, 극적이지 않고 톤을 유지하면서 마지막 화음은 슬픔의 해소가 아니라 존재의 정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표현하면 깨지고 손대지 않으면 살아남는 곡이다.

그래서 잘치면 슬픈데 왜 슬픈지 말하지 않는 느낌이 난다고 했다.


이 곡은 시간을 흔드는게 아니라 시간을 견디는 방식이라고 말해서 좋았다.

인생도 결국엔 필연적으로 정지의 순간이 오지만 반사적으로 살아가야하는 거니까, 희망을 가져야 한다가 아니라 그저 살아낼 뿐이라고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그러니까 위로하는게 아니라, 설명하지 않음으로서 의미를 고정하지 않고 책임을 진다는게 나라는 인간과도 너무 비슷해서 쇼팽이 좋아졌다.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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