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내가 싫었다. 내가 싫었던 이유는 많았다. 부유하지 못한 집에서 태어난 것, 집안 환경이 불퉁한것, 공부해서 결국 이런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자괴감은 날 괴롭혔다. 주변인 8명의 합이 나라고 하면 내 주변에는 다 초라한 사람만 있는 것 같았다.
근데 요샌 내가 좋다. 주말마다 피아노를 연습하는데, 금요일 퇴근후부터는 본격적인 시간이다. 뭔가 해야하는 일이 있을때 그 순간부터 좋은게 아니고 그 전부터 좋다. 월요병이 있는것처럼 금요일도 출근하자마자 마음이 풀어져 버리는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연습실에 가는 길마저 행복하다.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러 가는 길처럼 다가올 시간을 미리 상상하며 즐거워 하는 것.
그렇게 연습실에 가면 사실 별다른거 치는 것도 아니다. 맨날 똑같은거 친다. 녹턴, 프렐류드, 프랑스조곡 같은 것이다. 근데 오늘 친게 저번과 다르다는걸 내가 느끼고 흥분한다. 가령 이음줄이 있는걸 예전에는 모두 같은 강도로 터치했다면, 요샌 이음줄이 끝나는 부분에 손을 떼는 것, 음표가 두개 붙어 있는데 하나는 공란으로 표기되어 있으면 그 부분을 손을 떼지 않고 있는것, 스타카토를 살리는 것 과 같은 것이다.
방송을 맨날 하지만 들어오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마저도 소통을 안해서 들어오는 사람도 말 한마디 없이 있지만 오히려 대꾸하지 않아도 돼서 편하다. 연습을 하다가 '내가 완벽하게 쳤으면 매일 연습하지 않았겠지'란 생각이 들었다. 많은 재물을 가진 재벌이 인생을 무료해한다면, 반대로 나는 손에 쥔게 없기 때문에 노력을 해야했다. 그리고 그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취하는 것들이 기쁨을 주었고 그래서 감사하게 되었다.
예전에 누굴 썸으로 만나고 있던 시기에 나는 부정적이었다. 좋은아침이라고 그가 문자를 보내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그때의 나는 솔직하게 말하는게 진실인 줄 알았고, 실제로 좋지 않기도 했다. 맞지 않는 상사와 일하는 것은 고역이었고 그런 상황에 속해있는 내가 싫었다. 하지만 상황은 변하고 지금은 그때의 사람과 일하지 않을 뿐더러 힘을 빼고 회사를 다닐 수 있게 되었다. 회사에서 대단한 일을 하는게 아니라 월급 받는 만큼만 일하는 것, 승진에 목매달지 않고 사람들과 적 지지 않고 다니는 것, 여가시간을 음악으로 스탠스를 정한것까지, 완벽하지 않아서 노력할 수 있음에 감사하는 나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