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있단 것을 지각하기

by 강아

퇴근하는데 달이 떠 있었다.


엄마에겐 연락이 왔다.


'내일이 정월대보름인데 나물하다가 너 낳으러 갔거든. 나물 먹었니?'

'아뇨. 근데 엄마 나 낳을때 무섭지 않았어요?'

'무서웠지'

'그랬을거 같아서요'


무서운 놀이기구를 타는것도 무서워하는 엄만데 출산은 얼마나 무서웠을까.


태어나지 않는게 나았을거라 생각한적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 차트를 바라보는데 문득 돈을 벌어서 느끼는 기쁨과 슬픔이 모두 살아있기에 느낄 수 있는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삶이 고통스러울지라도 자각하는 의미만 있다면 살아갈 수 있다. 요샌 의미를 찾았고 사람들에게도 유하게 대하려고 노력한다.



'초콜렛 좋아해요?' 상사가 말했다.

미소를 지으며 받았다. 초콜릿을 좋아하지 않지만 그렇게 신경써주는 사람에게는 받게 된다. 엠앤엠 초콜릿은 지나치게 달고 겉엔 설탕이 와삭와삭 씹혔다. 그는 좀있다 다시 와서 파티션에 양손을 올리고 기댄채 말했다.

'회식때 왔어야 하는데.. 다음에 한번 다시 해요'

'네' 휴가를 내고 참석하지 않았던 회식이었다.

그러자 옆계 여자 동료가 와서 말했다.

'개인정보 좋잖아. 근데 난 보안은 별루야'. 개인정보는 내가 맡게된 사업이고 난 보안계에 속해있다.

'전임자가 열심히하는 스타일이어서 그렇지 그렇게까진 안해도 돼~'

라며 그녀는 '오늘 초밥을 먹었는데 다찌에서 하나씩 만들어주는거 있잖아~'

'오마카세요?'

'응. 그거 내 사업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갔거든. CEO가 폐지해야된다고 하는 사업인데. 근데 스시는 맛있더라. 근데 여기에서 가긴 멀어가지고. 저녁에 어때'


'아 저는 점심 회식이 좋아요'

'예전에는 저녁에도 갔었잖아~'

싫은데 억지로 갔었던 것이었다. 최근 잦은 휴가와 외출로 팀원들도 퇴사낌새를 눈치채고 이렇게 말을 거는 것이다.



그러고 계약건이 있어서 통화하고 그러는데 퇴근하는 팀장이 말했다.

'밥은 먹고 일해야지'

모니터를 바라보다가 말했다.

'먹어야죠. 팀장님은 집에 가면 밥 차려주세요?'

'내가 차려서 먹어'라며 그는 멋쩍게 웃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크게 웃었다.

'너는 집가면 와이프가 차려주니?'

'예'

'와이프가 늦게오면 짜증내서 그냥 난 내가 차려서 먹어. 가끔 꽃사가고 그랬는데 그것도 이젠 효과가 별로 없네..'라고 팀장이 말했다.

'와 꽃도 사가세요? 로맨티스트시네요. 그런 남자 만나야 하는데..'

'찾아보면 있어'


라며 그는 갔다.

하고 싶은게 있다는 것이 삶에 이렇게 활력을 가져다주는지 몰랐다. 생각해보면 예전부터 이런 사람이었는데 회사에 들어오고나서 난 급격히 시들어갔다. 퇴사한다고 말한후부터, 그걸 억지로 상사가 잡은 후부터 상사는 눈에띄게 잘해준다.


예전에는 귀찮게 여겼을 스몰토크지만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억지로 웃으니까 뇌가 실제 즐거운 것으로 착각하는것 같았다. 의식적으로 입꼬리를 올리고 있으니까 어색했지만 이젠 맞장구도 잘 쳐주고 잘 웃어야겠단 생각을 했다. 다 하고싶은 것이 생겨서 일어난 파생효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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