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싶은 일에 집중하고 시간을 자유롭게 쓴다는게 이렇게 만족도가 높을지 몰랐다. 오전에 매매하고 점심을 챙겨먹은 후 오후엔 피아노를 쳤다. 단순하지만 그러기에 더욱 좋다.
근데 오전엔 친구에게 전화를 하다 울었다. 그건 우울해서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괜찮다고 생각하다가도 이런 내 상태를 숨긴다고 해서 내가 무슨 국정원도 아니고 그렇게 해서 얻는게 무엇을까 생각이 들었다. 그건 자존심? 멀쩡하다는 위안? 그런건 필요없단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유년시절의 친구에게 전화해서 사실은 혼자인것같단 생각이 들고 직장일에서 효능감을 느껴본적이 없으며 남말하기 좋아하는 회사사람들에게도 환멸이 든다고 말했다. 친구는 직장이 그렇지 뭐라고 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거 하라고 했다. 자기도 사람 잘 안만나고 집에서 좋아하는 예능 보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했다. 지인은 산후우울증에 걸려 고생했다고 말도 해줬다.
우울이란 무엇인가? 친구는 내가 번아웃이 되었다고 했다. 내가 우울함을 느끼는 포인트는 지난 십년간의 시간을 허투루 썼다는 자괴감이었다. 분명히 그 시간을 다른데 썼으면 더 발전할 수 있었다. 그건 나에 대한 기만의 결과다. 지난 시간동안 퇴사를 하고싶다고 생각했지만 사회적으로 그럴듯한 직함을 놓지 못했다. 하지만 그건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걸 알게 되자, 세상을 보는폭이 더 넓어졌다. 내가 사는 곳과 하는 일과 만나는 사람을 결정할 수 있다는 건 드넓은 바다를 보고 있는 것과 비슷했다. 나는 대자연의 일부이고 극히 미미하지만 그러기에 무얼 해도 가능하다는 느낌은 더이상 내 선택을 강요받거나 억압당하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려주었다.
<외로움의 책>을 읽었다. 싱글로 살아도 되겠다고 생각하면서도 배우자에 대한 희망을 놓지 못했었다. 이런 나라도 무조건적으로 포용해줄 수 있는 사람이 있을거란 기대. 얼마전 모임에 나가서 '미혼이세요?'라는 말이 신경이 쓰였기도 했다. 하지만 이책에선 Michele Barrett과 Mary McIntosh는 가족을 비판하는 저서에서 결혼이 모두가 원하고 필요한 것이라면 "사회정책과 조세 제도, 종교적 지지, 적절한 일을 했다는 사회적 인정 등의 엄청난 특권"이 주어지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문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이 오직 다른 한 사람에게만 우선권을 주는 영구적인 연애관계를 맺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 한다면 이는 비 연애관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조직적인 차별이 된다고 한다. 연애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사람들은 부정적인 고정관념의 대상이 되어 미성숙한 사람 또는 무책임한 사람, 아무도 원치 않는 사람, 절박한 사람, 이기적인 사람이라고 평가되며 데이트와 결혼 압박에 끊임없이 시달린다.
누군가에게 왜 결혼하지 않았냐고 묻는 것은 왜 회계사가 되지 않았냐고 묻는 것만큼이나 불합리한 일이다. 인간의 삶에서 친밀한 사랑이 중요하다는걸 부정하려는게 아니라 사회 제도 안에서 사랑이 수용되는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우리가 외로운 이유가 커플이 아니기 때문인지 아니면 생존을 위해 커플로 살아야만 하는 빈곤한 사회 환경에 살고 있기 때문인지 자문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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