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만 무료

과거회귀

by 강아

자꾸 과거가 생각난다. 그건 맥락이 없다. 어젠 엄마랑 배드민턴 치러 가는 길이 생각났다. 그 길은 내 초등학교를 지나 공원으로 가는 길이었는데 초등학교는 층이 낮고 정글짐과 시소 등 휑덩그렁했다. 시간은 주로 해가질 무렵의 저녁이었는데 밥 짓는 냄새가 나고 적당한 바람이 부는데 엄마랑 나는 천천히 그 길을 걸었다. 담벼락에 풀이무성한 길을 따라 배드민턴을 치는 공원에 도착하면 못 치지만 계속 신이 나고 좋은 기분이었고 공원은 초록이 물씬했다.


자라서 중학생이 되었을 때는 보은이랑 친했다. 보은 이는 나보다 용돈이 넉넉해서 하굣길에 즉석떡볶이를 먹곤 했는데 그때는 그게 그렇게 맛있었다. 지금은 떡볶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땐 좋아했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 학원에 가고 하는 게 일상이었는데 보은이랑 친했던 이유는 소박하고 착한 아이였기 때문이다. 반면 야망이 있고 욕심이 많았던 나는 공부에 집착을 했고 그러면서 친했던 애들과 서서히 멀어지게 되었다. 나는 어리석게도 성인이 되면 인천의 친구들은 멀어지겠다고 생각을 했다. 나는 인천에서 태어난 게 부끄러웠고 원래부터 서울 사람인 척하고 싶었다. 그래서 친하지 않은 사람이 고향을 물으면 서울이라 거짓말했다.


이제는 그러지 않는다. 부러 거짓말을 해야 할 필요가 없고 거짓말은 연쇄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한 번은 친구랑 밥을 먹다가 걘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애였는데 식당주인에게 나를 평택에서 왔다고 하며 멀리서 왔으니 서비스를 달라는 투로 말을 하는 것이었다. 당시는 뭐지?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자신의 이득을 위해선 거짓말을 쉽게 하는 그런 애였던 것이다. 걔랑은 그 이후로도 가치관의 차이로 헤어지게 됐는데 한 번은 내가 걔한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나 이용해' 사람은 누구나 권태에 휩싸이고 외로울 때가 있으니까 그럴 때 날 이용하라고 했다. 왜 그랬는진 모르겠지만 아마 걔한텐 이용당해줄 만큼 그걸로 우정이란 이름으로 걔의 마음을 돌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걔의 집에서 정말 날 '이용'하려 했을 때 나는 큰 실망감을 느끼며 다시는 보지 않았다. 그 기분은 정말 더러웠다. 마치 내가 바닥에 굴러다니는 별 필요 없는 물건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회생활을 안 하니 너무 좋지만 계속해서 자괴감에 빠지고 있다. 보통 활자를 읽을 땐 혹사당하는 기분이 안 드는데 경제 관련 글을 읽으면 속이 안 좋다. 이럴 때마다 말하는 것이 아니니 그래도 읽는 게 낫다 위안하지만 주객이 전도된 것 같은 기분은 여전하다. 네가 정말 하고 싶은 게 뭔데?라고 물었을 때 작가가 되거나 음악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게 생계라는 발목에 붙잡힐 때마다 다시 리포트를 읽는 생활로 돌아온다. 과거에 겪었던걸 후회했으면서도 그 과거를 반복할 때, 나는 나한테 화가 난다. 이럴 땐 몸을 혹사시키면서 자학을 하게 된다. 오늘은 머리서기를 안되는데 계속하고 있으니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모르겠다. 이렇게 버티고 있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건지. 이럴 때일수록 사람을 만나야 한다는 방법론을 알아서 모임을 나갈까도 고민했지만 나가는 게 더 악화시키는 것 같아 그마저도 그만두었다. 온전히 혼자가 된 것 같지만 누군가가 옆에 있는 걸 상상했을 때 차라리 지금이 낫다고 느낀다.

이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 전용 콘텐츠입니다.
작가의 명시적 동의 없이 저작물을 공유, 게재 시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brunch membership
강아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Nonfiction Storyteller

162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16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2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
이전 03화사람을 만나고 헤어지는게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