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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Nov 01. 2021

나는 작가다!

저는 작가입니다.


현재 브런치 작가로 활발(죄송합니다. 전혀 활발하지 않지만 자존감 업을 위해 과장했습니다.)하게 

활동 중이며, 인스타와 카카오톡 채널을 운영 중입니다.


얼마 전,

문예지에서 주최 한 수필 공모전에 당선돼 신인작가가 됐으며

덕분에 수필작가로 등단도 했습니다.


작가는 맞지만, 전업작가는 아니기에

안타깝게도 작가로서의 제 수입은 '0'원!

아니, 오히려 마이너스입니다 ㅠㅠ


작가라는 사람이 당선 소감문을 하나 제대로 적지 못 해

선배 작가님들의 소감문을 참고하기(베끼기) 위해 신문 문예집 책을 구입(18,000원) 했습니다.

5년 내로 소설을 적어야겠다는 목표가 있으니 여러모로 쓰임이 있을 것 같다고 스스로 위안합니다.

책자에 실릴 당선자 사진을 제출하기 위해

미용실에 가서 드라이를 고(15,000원)

증명사진도 찍었습니다.(20,000원)

참! 주책 한 바가지인 제 입단속을 못 한 탓

친한 친구들에게 작가 등단 턱으로 스타벅스에서 커피샀습니다 ㅠㅠ

글을 쓴다는 명목으로 노트북을, 필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예쁜 다이어리와 볼펜도 구입했습니다.

왠지 글이란, 늘 머무는 곳을 벗어나 분위기 있는 곳에서 적어야 될 것 같아서 커피숍도 자주 다녔으니... 글을 쓴답시고 소비한 돈이 수백만 원은 되겠네요.

제 본캐인 공무원으로 피땀 흘려가며 수년간 번 돈을 부캐인 작가가 펑펑 쓰고 있지만, 아깝지 않습니다. 


'작가 이서진입니다!'라고 말해보고 싶어서 손수 명함을 팠습니다.

제 본케는 명함을 자주 사용하는 직종이 아니기에 사무실에서 명함을 파줘도

거의 들고 다니지도 않았습니다.

업무용 핸드폰이 없는 환경 탓에 사생활이 유출되고(공무원의 사생활이란 보호되지 않는 공공재 같죠ㅜㅜ) 민원인의 집요한 스토커로 인해 공무원을 그만둔 친구가 자꾸 떠올라서

누가 물어도 핸드폰 번호는 웬만하면 알려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볼품없고 나약 해 더 애틋한 저의 부캐를 위해 '손수, 자비로!'

'작가의 필!'이 팍팍! 느껴지는 고~오급 명함을 제작했습니다.

브런치 외 현실 세상에서는 글쓰기 모임, 글벗이 1도 없는 탓에

비록 손수 제작한 저의 고~오급 작가 명함은 세상에 한 장도 뿌려지지 못했지만

아무튼 저는 작가입니다.


혹여, 집에 틀여 박혀 책만 읽고 글을 적는 사람!

우울증 환자와 소심한 백수로 비칠까 봐 '작가'라고 말하기에 민망할 때가 있지만,

저는 작가 '나탈리 골드버그'와 '그레이스 팔레이'님의 글에 적힌 소임을 지닌

작가입니다.

작가는 덧없이 지나가 버리는 세상의 모든 순간과 사물들을
사람들에게 각인시켜 준다.
작가는 모든 소문과 지나가는 이야기를 귀담아들을 책임이 있고,
바로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의 삶을 이루는 실체들에 대해
경건하게 "네!"라고 긍정하는 소임을 지닌다.


무명...이라고 하기에도 민망할 만큼

출판업계에 존재감이 0.1도 없지만, 작가입니다.

9급 말단도 공무원이고 1급 최고위직도 공무원이듯

작가의 세계도 비슷하려니... 생각하렵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 해도 1급이 되진 못하겠지만,

9급으로 임용돼 차근차근 한 단계씩 울라 가는 저의 본캐처럼

부캐인 '작가'도 마찬가지겠지요?

비록, 가장 마지막 자리지만 저의 역할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줄다리기에서는 '맨 앞'에 서는 사람만큼 '맨 마지막'에 선 사람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것을!

세계적인 히트작! 오징어 게임 드라마를 보며 깨달았거든요.


공부를 못해서 행정고시를 패스하지 못하였듯,

글쓰기에 천부적인 소질이 없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는 없겠지만...

수많은 하위직 공무원에게도 주어진 역할이 있고, 사회에 쓰임이 있듯이

작가인 듯, 작가가 아닌 듯 한 무명의 작가인 제가 적을 수 있는 글이 분명히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리타분함의 대명사인 공무원과

자유분방한 예술가 적 기질을 가진 작가가

어떻게 저의 한 몸에서 만났는지 모르겠지만...


글쓰기를 알게 된 덕분에

저의 모든 시간이 그저 사라지지만은 않을 것 같아서 행복합니다.

철없음, 기쁨, 고통, 기다림, 초조함, 외로움의 모든 시간이

결국 제 글 속에 스며들겠지요.


원하지 않지만, 혹여 글을 쓸 수 없는 상황이 된다고 하여도

조급해하지 않으며 저를 성장시키겠습니다.

작가에게는 그 어떤 시간도 의미 없이 흘러가지 않을 테니

기다리는 시간이 저에게 주어진 의미, 제게 주어진 성찰의 과제를 찾아보겠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제 마음속에는 오래도록 남을 것이 분명하기에 더 쓰기 어려운 글을

오늘도 끙끙 거리며 적고 있는


저는 작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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