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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Sep 21. 2021

수필부문 신인 작가로 당선됐습니다!

2021. 9.20. 오후 5시 50분! (저에겐 역사적인 날이라 날짜를 적었습니다.)


일요일 저녁, 남편은 명절 연휴마다 만나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러 나갔습니다. 원래는 부부동반 모임이었는데 코로나로 인해 남자들끼리만 만난 지 벌써 2년째네요. 우리 집에서 가장 에너지가 많은 남편! 활기차고 시끄러운 남편이 집에 없는 데다가 그동안 즐겨봤던 <오케이 광자매> 드라마도 종영돼, '오늘 저녁은 뭐 하고 보내지?'라고 생각하던 차였습니다. 아들마저 늦은 낮잠에 들어서 더 조용하고 심심한 오후...


그때, <축하합니다>라는 제목의 메일 한 통을 받았습니다.

전 아무 생각 없이 휴대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하였습니다.

그리고 조용하다 못해 적막했던 우리 집은 금방 시끄러워졌습니다.

축하합니다. 000님께서는 0000예술 신인상 응모에서 수필부문 심사를 통과하여 당선되었습니다. 당선소감과 약력 그리고 사진을 아래 사항에 맞추어 이메일로 보내주세요. *합격하신 분은 편집회의를 거친 후 한국문학예술 잡지에 글이 실렸을 때 비로소 등단이 인정됩니다.

당선과 작가 등단의 기회가 드디어 제게도 왔습니다.

올해 브런치에서 개최 한 공모전에서 낙선됐을 땐, 슬프지 않았습니다. 스스로 만족스러운 작품으로 공모했다기보다 올림픽 정신, 즉 참가에 의의를 둔 것이어서 실망스럽지도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딘가에 당선이 된다고 해도 무덤덤하게 지나칠 줄 알았는데, 막상 당선되니 무척 기뻤습니다.


우선, 친구를 만나고 있는 남편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오빠!! 나 신인상 당선됐데~"

  "뭐? 전에 안데르센 동화 공모전은 떨어졌다고 했잖아!"

  "그거 말고 다른 공모전~"

  "그것 말고 또 넣었다고? 말도 안 했었잖아~ 축하해~!! 우리 마누라 진짜 작가 됐네~"

  "나 원래 브런치 작가였거든?"

  "아, 맞네! 미안~ 당선 작가님! 축하해."

  "제수씨 축하해요~!!"

저의 흥분된 목소리가 남편 핸드폰을 넘쳐서 남편 친구들 귀에도 들어갔나 봅니다. 남편 친구들의 축하를 받으니 더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남편과 전화를 끊은 후 친정식구들 단톡방에 메일을 캡처해서 올린 후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이렇게 기쁜 날은 아빠가 아닌 엄마에게 무의식적으로 손이 갑니다. 아빠 미안해요 ㅠㅠ)

  "엄마, 어디야? 내가 보낸 카톡 봤어요?"

  "나 지금 운동 중이지. 무슨 일 있어?"

  "나 신인작가로 당선됐어! 잘 되면 등당까지 갈 수 있데!"

  "와, 우리 딸 장하다! 학교 다닐 때는 네가 글 적는 거 좋아하는지 전혀 몰랐는데 웬일이야 이게?"

  "그땐... 글짓기를 싫어하긴 했지만;; 백세 시대니까 마흔 살에 알게 된 게 어디예요?"

  "좋아하는 것 찾아서 정말 잘됐어. 축하해!"

  

  "엄마, 무슨 일 있어? 왜 이렇게 시끄러워?"

결국 제 호들갑이 아들의 낮잠을 깨웠습니다. 평소엔 우리 귀한 왕자님 낮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조심하던 엄마가 낯설었나 봅니다.

  "둥아, 엄마가 글 잘 적었다고 상 받는데!"

  "와~ 정말? 엄마 너무 멋져. 뽀뽀~!"

아들의 뽀뽀 축하까지 받았으면 그만둘 법도 싶은데, 굳이 진심으로 축하해 줄 친구들을 생각해 봅니다. ('시기'가 아닌 '진심'이 포인트입니다! 제가 가장 힘들었을 때 옆에 있어줬던 친구 두 명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00야, 나 신인작가로 당선됐어. 축하해줘~!"라고 '축하'를 반강제적으로(?) 요구했습니다. 명절 음식 준비로 바쁠 텐데도 친구들은 성심껏 축하의 문자를 보내줬습니다. 전 충분히 행복해졌습니다.


가벼운 제 성격을 알고는 있었지만, 이메일 한 통에 이렇게 요란해지는 저란 사람! 참 작가답지 않습니다.  제게 온 집안을 이렇게 순식간에 시끄럽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저도 몰랐습니다. 아마도 에세이를 적는 브런치 작가인 제게 '수필'부문 당선은 더 큰 기쁨이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당선이 처음 돼 봐서  아직 뭐가 뭔지 잘 모릅니다. 메일 내용을 자세히 보니 당선 후 책자에 등단이 되기까지 절차와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 같습니다. 당선이 된 것은 확실한데 등단은 안 될 수도 있나 봅니다.(사실 등단... 이 뭔지도 잘 모르겠네요;; 이러고도 '작가'가 되겠다고 글 적는 제가 한심합니다.)


사실, 걱정되는 부분도 조금 있습니다. 우선, 당선 후 등단까지 되지 않는 것입니다. 그리고 등단이 되면 실명이 공개되는 것도 조금 부담됩니다. 필명 뒤에 숨어서 자유로웠는데 제 이름 석자 대신 자유로움을 뺏길까 봐 걱정됩니다. 또, 비록 상금은 없지만 직업의 특성상 '겸직허가'도 받아야 된다고 하니 더 부담됩니다. 이런 경우를 미리 예상 해, 공모전 작품에는 직업과 관련된 글은 제출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긴 하네요. '공모전 당선을 포기해야 되나...'라는 섣부른 걱정을 하던 중 마음을, 생각을 억지로 멈춰봅니다.

  

살면서 당연하게 축하받을 일이 많지 않은 저에게 온 행운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 며칠 동안은 마냥 행복하고 싶습니다. 좋은 일에 부정 타지 않게 경거망동하지 말고 조용히 미소 지으며 감사하라는 옛말이 생각납니다.


경거망동인 줄 알지만 그래도 마냥 기뻐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살면서 며칠 허락되지 않은 저의 날(It's my time!)입니다.

잠시, 껑충껑충 뛰며 행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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