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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서진 Oct 10. 2022

노력하지만, 우울증입니다.

섣부른 선입견은 사람을 외롭게 한다.

평범한 삶의 방식대로 살 수 없는 특별한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비만인 여자를 보면 사람들은 자기 관리에 실패한 사람이라고들 한다. 하지만 어렸을 때 성폭행을 당한 누군가는 남성들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비만을 일부러 선택하기도 한다. 감히 누가 그녀를 향해 자기 관리에 실패한 여자라고 손가락질할 수 있을까?

십수 년 간 열심히 공부한 학생이 졸업하는 그 해, 하필 경기가 침체돼 취직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 학생이 취준생으로 남아 있게 된 것은 그 학생의 노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운동도 좀 하고, 산책도 자주 다녀 봐. 그럼 우울감이 많이 사라질 거야."

라고, 조언하는 지인들이 간혹 있다. 물론, 내가 조금이라도 더 밝아지기를 바라는 그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런 말들조차 상처가 될 때가 있다.


왜냐하면, 나 역시 우울증을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가장 많이 권유받는 운동!

내가 우울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운동이다. 

런데이를 통해 일주일에 3번 이상씩 30분씩 달린다. 

무릎과 발목이 좋지 않아서 빠르게 달리지 못하지만 달리는 상쾌함에 중독됐다.


달리지 않으면 바로 폭발해 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잠자다가 벌떡 일어나 새벽 1시에도 달려봤고 야근 후 저녁 10시에도 달려봤다.


회사에서도 마인드 컨트롤을 하기 위해 노력한다. 가능하면 오전, 오후 10분 이상씩 걸으려고 노력한다. 남들이 보기에 좀비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회사 로비, 하늘정원, 복도 등을 빙빙 돈다. 화가 나면 무조건 나가서 걷는다는 에스키모인들처럼 감정조절이 안 되는 것 같으면 벌떡 일어나서 아주 잠시라도 걷고 온다.



둘째, 마음 수양을 위한 독서와 명상!

마음을 가라앉히는 책, 욕심을 내려놓는 책,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책 등 심리학 관련 책에서부터 여행서적까지 책을 많이 읽는다. 좋은 글을 읽으며 '느리게 가도 괜찮다. 나만 힘든 것이 아니다.'등을 마음에 새긴다. 조용한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을 보며 휴식을 취하기도 한다. 많은 책들 속에서 멍 때리기며 마음을 달래 본다.

명상도 자주 한다. 유튜브 덕분에 요가원에 가지 않아도 좋은 선생님들의 영상을 언제든지 볼 수 있다. 불면증에 시달리거나 퇴근 후 무력감이 찾아올 때 앉거나 누워서 명상을 한다. 과거와 미래의 걱정을 끊고 현실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호흡이라는 글을 읽은 후부터 심호흡도 자주 한다.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다.


셋째, 정신과 상담과 약물치료도 꾸준히 한다.

아침 약을 먹으면 멍해지고 나른해진다. 하지만 약을 거르지 않는다. 비록 내가 우울증이더라도 가족들과 회사 동료들에게 나의 짜증과 우울감을 전가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점심을 먹으면 정신이 조금 또렷해진다. 이런 컨디션으로 일을 계속할 수 있을지 걱정도 되지만 생계가 걸린 일이니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다녀야 된다. 

처음에는 내 얘기를 누군가에게 한다는 데 거부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을 통해 많은 위로를 받는다. 잘못됐다고 지적하기보다 가만히 들어주고 공감해주는 선생님이 계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계속 슬프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뭔가를 하지 않아서 우울증에 걸린 채로 남아 있는 게 아니다.  


나 역시 행복해지기 위해 많은 것들을 하고 있다. 

그것도 꽤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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