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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타샤 Jan 11. 2024

이해하는 자를 만나면

눈물이 고인다. 

...

하.


시간표를 보고 오늘이 힘들 것을 알았지만,

이렇게까지 힘들 줄이야. 


내가 포기한 것을,

그토록 바라던 것처럼 열심히 가르치는 사람을 

만나면 속이 답답해진다. 


그리고 

내가 아직 많이 알고 있다는 것,

새로 배우는 것을 즐거워한다는 것,

익숙하고 편안해한다는 것은 

너무나 속상한 일이다.


심리 치료를 이렇게 쉽게 열성적으로 

가르치는 교수님을 오랜만에 뵈었고,

ACT에서 "내가 그때 그럴 수밖에 없다"는 설명을 들을 때 울컥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범죄로 넘어와보니 

나의 경험이 설명된다는 것에 좌절해야 하는지, 

드디어 환경을 고려해 주는 사람들에 웃어야 하는지 헷갈리는 상황이다. 

작년 한 해 내내 생각했던 것을 설명해 주시는 데 

강의 중 울지 않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던지. 


스트레스에 너무 오래 노출되었고, 

교감신경이 항상 활성화되면서 HPA 축이 제대로 조절을 못했고,

여러 증상들과 함께 언제나 위협을 예측하며 곤두섰고, 두려웠고, 예민했다.


범죄자가 flat affect가 올 정도의 상황을 겪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말씀하시며

위협적이지 않은 상황임을 강조하며 강화와 처벌을 명확히 하는 환경 디자인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었다.


난 지속적으로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꼈었다.


모든 강의 슬라이드들에 넘실되던 감정이

갑자기 "대학원생들이 그러는 경우가 많다. 

제대로 강화받지도 못하고 처벌만 당하면서"라고 하시는데.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시선을 피해야 했다. 


그래,

이 길을 지나온 당신들이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변화하지 않는데.

근데 또 이렇게 알아주는 사람들도 있는 데.

난 만나지 못했구나. 


대부분의 내용을 이해하고, 

새로운 부분에 감탄하는 내 모습을 볼 때마다

이곳에 있는 게 마치 자기 파괴적인 행동과 같다고 느껴진다.


백 명의 학생들을 3시간 반 동안 잠시 만나는 강사로서

스치는 인연일 테지만, 


이해하는 자를 만나면 눈물이 고인다. 


말로 굳이 하지 않아도,

알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닐까.


정말로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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