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체코 프라하에서 혼란 그리고 선택의 순간들
문화의 향기를 느끼는 그 순간, 돌아보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빠름 빠름 문화에 익숙해져 있다 보면, 약간의 느림에 화가 나는 경우가 있다. 특히 대한민국에 거주하는 우리로썬 더 많이 공감되는 부분이다. 아파트 분양을 받아도 그 큰 건물들이 2~3년 만에 지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문의를 접수하면 하루 이틀 만에 처리하는 경우들이 많은 곳이 바로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이기 때문이다. '느림'의 기준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는 한국생활에 우리의 몸은 익숙해질 정도로 익숙해진 상태였다. 이 몸의 컨디션을 가지고 유럽 프라하에 오니, 물갈이를 하듯 우리의 정신에서 알레르기가 생겼다.
신호등이 깜박깜박거린다. 주변에 뛰는 사람 하나 없고, 우리만 뛰기 시작했다. 뛰고 나니 참 이상했다. 한국에선 깜박깜박 거리는 순간이 신호등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라고 생각하며 뛰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발견할 수 있는데 말이다. 작은 골목길에 들어섰다. 차가 오는 것 같아 앞을 건너지 않고 잠시 대기했다. 그런데 그 차가 우리를 보더니 먼저 멈춰 섰다. 우리가 지나갈 때까지 그 차는 움직이지 않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이러한 상황은 단 한 번의 케이스가 아니었다. 프라하에 있는 동안 매일 우리가 접한 순간들 중 일부였다.
느림이 처음부터 우리에게 좋게 다가온 것은 아니었다. 첫날 저녁을 먹기 위해 레스토랑에 들어갔다. 우리는 인터넷에서 유명하다는 메뉴들을 주문했다. 주문을 한 지 20분이 되어도 메인 음식들이 나오지 않고 애피타이저와 맥주만 나온 상태였다. 코스 요릿집을 간 것도 아닌데, 거참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지 라며 표정에서 불편함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초반에 우린 느림에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들을 많이 맞이 했다. 그런데, 이해하기가 어려워 라고 머릿속에 머물렀지만, 팁 투어의 가이드님의 설명으로 저 생각을 버리기 시작했고, 느린 문화가 결코 불편함을 주는 문화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에 우리에게 녹아들어 가기 시작했다.
프라하 투어를 하면서 가이드분께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은 "유럽의 건축물들은 완성되기까지 참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어요. 고딕 양식으로 시작된 건축물이 고딕 양식으로 끝나지 않은 경우가 참 많아요."였다. 이는 사람들에겐 그 건축물의 상징적인 의미도 중요하지만, 이 시대를 대변하고 그들의 삶을 대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는 의미를 보여주는 것만 같았다. 그들에게 느림은 단순 느림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그들의 문화는 건축물에서 뿐만 아니라 식사시간에서도 엿볼 수 있다. 한 끼 식사하는데 평균 30분이 걸리는 한국과 달리 유럽은 평균 1시간 30분에서 2시간이 소요된다. 거의 3배 정도의 식사시간 차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음식이란 끼니를 때운다 라는 의미가 사실 조금 더 강하지만, 유럽에서의 식사시간은 단순 끼니를 때우는 것에만 그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경우가 많아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어떤 이는 식사시간이 일종의 공연시간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여기서도 식사시간이 '느리다'라는 의미는 단순 느림이 아닌, 다양한 의미를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느림 문화는 처음에 우리에게 알러지 반응을 일으켰지만, 여행을 하는 내내 점차 적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면서 빠름도 욕심의 일부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과부하에 길들여진 우리를 잠시 내려놓으니, 우리가 여행을 하면서 얻게 되는 것은 우리의 추억뿐만이 아닌 스스로를 알아가는 시간, 즉 우리 자신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맛집이어도 실패했네 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맛집이 아니어도 참 좋았다 라고 말하는 순간이 있다.
이번 여행에서 우린 참 많은 준비를 했다. 시간대 별로 여행을 계획하여 그 시간 때마다 그곳에 있으려고 노력했다. 계획에 미친 자들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주변에서 그렇게 빡빡하게 해야 해?라고 말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계획에 미친 자들은 맛집 리스트에도 참 많이 집착했다. 애피타이저, 카페, 디저트 등 다양한 음식분야에서 맛집 리스트를 정리했고 이곳을 다 가보는 것이 우리의 목적이었다. 우리의 정리 리스트를 보면 하루에 7끼는 먹어야 소화 가능할 정도였다.
여기에 집착하다 보면 맛집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 한 곳 한 곳에 많은 기대를 하게 되었고 김칫국 또한 많이 마셨다. 게다가 여행 도중 점심시간이 되면 구경하다 말고 여기 가자 라고 했던 순간들이 참 많았다. 뒤돌아 보면 이 모든 게 우리가 '집착'이라는 것을 버리지 않고 가다가 생긴 현상이지 않았을까 싶다.
'기대'라는 단어를 버리지 못한 우리는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할 때마다 '생각보다 별로야'라는 단어를 많이 뱉어냈다. 그리고 식사시간에 쫓긴 우리의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다. 프라하에선 우린 계획에 등 떠밀려 밥을 먹는 사람들이었고, 맛집을 쫓아가다 보니 그 식당을 온전히 즐기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이런 생각이 잦아져 우리는 점점 시야가 좁아졌으며, 음식에 대한 생각의 눈이 가려지고 있었다. 그 무렵 우린 다른 소도시로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이때서야 비로소 우린 남들이 정한 기준에 집착하기보단 우리가 정한 기준으로 식당을 고르는 게 여행의 일부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매번 끼니를 해결하면서 맛에 대한 평가에 집착하기보단 그곳에서 식사하는 사람들을 보고 듣고 느끼는 순간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프라하 여행이 시작이었다. 우리가 맛집에 집착하지 않기로 한 순간이. 그렇다고 해서 이후 여행에서 우리는 전혀 맛집에 집착하지 않은 건 아니다. 때론 인스타그램을 통해 맛집을 검색하기도 하고, 구글 평점을 보면서 여기는 평점이 좋지 않으니 가지 말자라고 했던 순간들도 많았다.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여행을 떠나기 전 계획을 통해 우리의 눈을 가리게 하는 그 선입견, 남이 정해놓은 가이드라인이라는 틀에 갇히지 않고 자유롭게 우리가 하고 싶은 대로 식당을 선택하는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린 이후 남들이 발견하지 못한, 검색해도 나오지 않을 법한 식당을 찾는 기쁨을 경험했고, 우리의 여행가방이 이전보다 가벼워졌다.
우리의 시선
정말 프라하에서 신기했던 것은, 비단 프라하뿐만은 아니겠지만 여러 가지 건축 양식이 합쳐져 있다는 것이었다. 구시가지를 갔을 때 많은 것을 느꼈다. 성당은 고딕 양식이고, 그 옆에 있는 저택은 로코코 양식, 그리고 또 옆에는 바로크 양식, 르네상스 양식 등등... 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어떨까? 시대적인 것으로 보면 초가집이랑 60년대 주택 건물과 멋진 최신식 카페 같은 것이 함께 있는 느낌일까? 다른 양식이 모두 정말 광장이라는 한 곳에 있어서 그 역사가 계속 보이는 그런 모습이었다.
여행을 하면서 프라하의 문화를 알게 되었을때, 여행이라는 의미를 다시 되돌아보았다. 여행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매일 선택하는 것 그 상상 이상으로 수많은 선택의 순간인 것 같다. 그 선택의 순간에 수많은 정보를 보면서 고뇌하는 우리지만, 그 선택이 옳았다 라고 판단하는 기준은 그 정보의 출처인 SNS, 블로그가 아닌 바로 우리 자신이다. 우리 자신이라는 건 그 선택의 책임 또한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이를 깨닫는 순간 우리가 선택한 여행지부터 시작하여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우린 과연 이 선택이 옳았을까?' 하고. 일상생활에서 한 번도 고민해보지 못한 이 질문을 여행에서라도 던지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기쁜 일인가. 이렇게 여행은 우리 자신을 알아가는 시간이라는 것을 하나둘씩 드러내었다. 그것을 깨닫는 순간이 프라하의 여행에서라는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쩌면 연인에서 부부가 된 융짱과 호순 작가의 연애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여행하는 그 순간 융짱과 호순이의 기분을 최대한 담아내려고 합니다. 때로는 이 부분이 우리 부부(커플)의 중심이 되어 부담스럽거나 정반대의 의견에 거북할 수도 있겠지만, 그런 부분이 있다면 너그러이 이해해주시길 바랍니다.
(글/사진) 융짱과 호순 작가
: 사진 잘 찍고 싶은 호순 작가와 글을 잘 쓰고 싶은 융짱, 회사원 부부의 여행 이야기입니다. 알뜰살뜰 월급 모아 우리의 여행 이야기를 그려나가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