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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오리 Jun 23. 2024

익숙하니까 더 소중해

편안한 관계들이 인생에 주는 힘


분명 나는 이 사람들을 사랑한다.

한 명 한 명도 좋지만 함께 모인 우리를

더 사랑하게 되는 건 사실이다.

우린 앞으로 얼마나 더 애틋해질까?





우리는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어서 저녁 시간이 지나서야 모이기로 했다. 다섯 명이서 한 차를 타고 도착 한 곳은 서해 바다의 노을을 볼 수 있는 그닥 알려지지 않은 스팟이었다. 혹여나 해가 다 져버릴까 우리는 빠듯한 마음으로 달려갔다. 분명 우리가 탄 건 차였는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했다. 그치만 우리는 괜찮았다. 아니, 빠르게 달리는 차가 오히려 익숙했다. 다 같이 차에서 내려서 지는 해에 감탄했고, 해가 길어져 다행이라며 콧노래를 불렀다. 노을은 오랫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그래서 우린 오랫동안 즐길 수 있었다. 이 아름다운 노을이 카메라로 담아보려 해도 잘 담기지 않는다는 대화를 할 때 나는 생각했다. 내 눈이 제일 좋은 카메라니까. 찰칵. 두고두고 기억하리라. 이 장면을, 그리고 우리를.




뒤늦게 나머지 두 명의 일정이 끝나고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았다. 어둔 밤이 찾아오는 게 아쉬운 마음으로 7명이 같이 앉을 수 있는 그리고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카페를 찾아야 했다. 겨우겨우 딱 맞는 카페를 찾아갔다. 각자 취향대로 음료를 시켰다. 케이크도 하나 시켰는데 우리가 너무 자신들을 과소평가한 건지, 그냥 그 집 케이크가 너무 맛있었던 탓인지 금방 다 먹어 치웠다. 결국 하나를 더 주문해야 했다. 노을도 봤겠다. 당도 채웠겠다. 아주 만족스러웠다.




카페에서의 소란스럽지 않은 대화. 반대로 소란스러운 사진 찍기. 차에 7명이 끼어 타는 일.(_이것도 우리에겐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익숙하다.) 모든 게 편안하다. 이들 중 누구도 불편한 사람이 없고, 불편한 마음이 들 일도 없다. 조용히 있어도 좋고, 시끄러워도 좋다. 맛있는 걸 먹어도 좋고, 먹은 음식이 시원찮아도 좋다. 진중한 대화를 나눠도 좋고 가벼운 수다로 시간을 보내도 좋다. 뭘 해도 편안하고 좋다.




늘 그랬듯. 이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생기는 이 오묘한 기분. 이 기분이 대체 어떤 건지 정확히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계속 우리가 우리로 있기를 바래본다. 그리고 분명하게 알게 되는 날에는 더 악착같이 우리로 남기를 힘쓰게 되겠지.



아주 예전에 나는 행복을 얻으면 그 행복을 잃을까 전전긍긍하게 될 줄 알았다. 그런데 내가 틀렸다. 행복을 얻게 되면 그 행복을 유지하기 위해 힘을 내게 된다.그렇게 힘을 내고 주어진 행복을 지키면서 살면 더 많은 것들을 누릴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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