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어떡하면 좋소

by 달보


난 혼자서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오. 굳이 가족과 친구가 없어도 나 혼자서 어떡해서든 잘 버텨낼 수 있을 거라 생각했소.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오. 하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변수가 생겼다오. 그건 바로 당신이라오. 아직 우리가 함께 살아가야 할 날들이 우리가 살아온 날보다 훨씬 더 많이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난 가끔 불안하다오. 훗날 만약 내가 혼자 남게 된다면 그 슬픔을 어찌 견딜 수 있을지, 남은 세월을 어떻게 버텨야 할지 도무지 자신이 없다오.


그대 없는 삶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폐할 것만 같소. 언제나 당신은 내 옆에 있을 거라 생각은 하지만 30년 정도 살아보니 인생에서 무슨 일이라도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다는 걸 배웠소. 아무리 우리 같은 돈독한 관계라도 해도 어떤 갈등이 빚어질지, 어떤 식으로 시간을 보내게 될지는 그 누구도 모르고 나도 당신도 알 수 없는 영역이라오. 그래서 더 두렵소. 하지만 그래서 당신에게 더 잘하고 싶소. 그래서 더욱더 내 옆에 있는 동안 당신을 최대한으로 사랑하고 싶소.


그대라는 존재가 내 삶에 들어온 이후로 내가 많이 약해졌음을 느낀다오. 가뜩이나 나약한 존재였던 내가 그나마 그동안 이런저런 잡기술을 통해 나름 많이 감추게 됐다고 생각했건만, 그대 앞에만 서면 그런 껍데기들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오. 한없이 있는 그대로의 나이고 싶소. 당신 앞에만 서면 모든 걸 내보이고 싶소. 차마 그럴 용기를 내진 못하지만 마음만큼은 내 모든 걸 보여주고 싶소. 대신 약하디 약한 만큼 그 이상으로 노력해서 단단해져 보겠소. 그대와 나의 관계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이 되어보겠소.


당신을 하염없이 가만히 바라보고만 싶다오. 그럴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하기 싫소. 글쓰기도, 꿈을 이루는 것도, 그 누구의 인정을 받는 것도, 부자가 되는 것도 그대를 견주어 보면 하등 쓸데없는 것들이오. 그대가 아니라면 그 내가 치중하는 모든 것들에 의미를 잃을 것만 같소. 이런 얘기를 하면 당신이 많이 부담스러워할 거라 생각은 한다만, 그게 내 진심이오. 그만큼 당신을 위한 삶을 살고 싶소. 당신을 위한다는 것도 결국 그 끝엔 내가 있겠지만, 어쨌거나 당신이 내 전부라고 감히 말할 수 있소. 나도 당신을 만나기 전까진 내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오.


여보, 어떡하면 좋소.

그대를 너무도 많이 사랑하게 된 것 같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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