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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Mar 20. 2024

성격차이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PART 3. 원만한 결혼생활 ep.1


난 시간이 남으면 독서든 글쓰기든 간에 뭐라도 하려고 덤비는 편인데 비해, 아내는 일할 땐 일하더라도 쉴 때만큼은 푹 쉬는 여유를 즐기며 살아간다. 난 어떤 정보를 알아볼 때 큼지막한 것만 알아보고 나머지는 대충 넘기는 편인데, 아내는 이것저것 꼼꼼히 따져보는 스타일이다. 


이처럼 아내는 나와 성향이나 성격이 많이 다르다. 가끔 나와 정반대에 위치한 사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도 별 일 없이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다. 감정이 약간 상할 만큼의 트러블은 몇 번 있었으나, 그 이상으로 일이 번지진 않았다. 수 년동안 기억에 남을 만큼 크게 다툰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기질이 온순하고 감정기복이 없는 편이라 자부하는 나조차도, 아내가 심기를 건드리는 말을 할 때면 화가 나긴 한다. 어쩔 땐 다혈질인가 싶을 정도로 분노가 삽시간에 차오를 때도 있다. 하지만 화내봤자 좋을 건 없고, 아내는 그저 자신의 의사를 표현한 것뿐이라고 생각하며 일단 기다리고 보는 편이다. 짧게는 10초에서 길게는 5분 정도까지. 그럼 순간 일어났던 감정은 대부분 사라지고 없었다.


그럴 때마다 항상 드는 생각들이 있다. '아, 방금 전에 일어났던 감정은 어차피 흘러나갈 거였구나', '만약 마음의 반응에 말려서 아내에게 못된 말이라도 했다면 무조건 후회를 했겠구나'라고 말이다.




이건 감정을 참는 게 아니다. 흘려보내는 것이다. 참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가만히 있으면 어차피 흘러 나간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기다리는 건, 얼핏 비슷해 보이긴 해도 알고 보면 많이 다르다.


'참는다'라는 건 생각을 생각으로서 통제하려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럼 기존의 생각을 다른 생각으로 덮을 순 있겠으나, 후에 일어난 그 다른 생각이 되려 마음을 더 어지럽힐 수도 있다. 반면에 마음의 반응을 가만히 지켜보며 기다리는 건 '관찰'의 개념이다. 자신의 상태를 남 일 쳐다보듯 바라보는 것이다. 그럼 신기하게도 격앙된 감정이 금세 가라앉게 된다. 실제 남 일을 대할 때 무심한 것처럼 말이다.


경험상 감정에 집착하지 않고 흐르는 시간에 마음을 내맡기면, 불편한 상태는 이내 자연스럽게 원래대로 되돌아오곤 했다.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은 괜한 말이 아니었다.


물론 이게 말처럼 쉬운 건 아니다. 그게 마음먹는다고 쉽게 되는 거였으면, 많은 사람들이 순간적인 감정에 휘말려 후회로 남을 법한 일을 저지르진 않았을 테니까. 더군다나 부정적인 감정은 특히 자극적이어서 말리지 않는 게 더 힘들다.


마음의 반응에 쉽게 동요되지 않으려면 그만큼의 연습이 필요하다. 잠시 멈추고 가만히 있는 연습을 평소에 꾸준히 하는 게 좋다. 그런 연습법으로 대표적인 것들은 독서, 글쓰기, 산책, 명상 등이 있다. 수많은 성공인들 혹은 마음의 평안을 얻고자 하는 사람들이 하는 게 다 비슷한 건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충분한 연애기간을 거치고도 결혼 후 갈라서게 되는 이유는 두 사람이 한 지붕 아래 함께 살게 되면서 이전엔 미처 몰랐던 모습들을 목격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은 부분들을 감추는 게 가능했을지라도, 결혼 후에 같이 살게 되면 그것도 한계가 있다.


더군다나 가면을 쓰고 사는 건 본인에게도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유지하기도 힘들다. 때문에 버티고 버텨도 언젠가는 내외적인 민낯을 배우자에게 다 보여주게 되어 있다. 그런데 만약 그 과정에서 발견하는 서로 간의 간극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아무리 서로 사랑했다 한들 이혼이라는 절차를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사실 누구든지 간에 성격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다. 각자의 환경에서 성장한 만큼 전혀 다른 사고방식을 지닌 두 존재가 함께 하는데 오히려 완벽히 들어맞는 게 이상한 일이다. 만약 성격 차이가 없다고 하는 관계가 있다면 그건 성격이 잘 맞는 게 아니라, 아직 서로 잘 모르는 단계일 거라고 감히 확신해 본다. 혹은 관심이 없거나.


'차이'는 문제가 아니다. 그 차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는지에 따라 문제는 생길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자고로 문제를 문제로 삼으면 문제가 된다고 했다. 비단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인생에서 모든 문제를 일으키는 근본적인 원인은 평소의 사고방식과 삶을 살아가는 자세 그리고 상대방을 대하는 태도에 있다고 보는 편이다.




엄밀히 말하면 성격차이는 극복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냥 받아들여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달리 말해 성격차이에서 오는 간극을 좁히려고만 할 게 아니라, '차이'를 이해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배우자와 맞지 않는 부분들을 맞추고자 애를 쓴다면 어느 정도 가능키야 하겠지만, 인간의 끝없는 욕망은 만족하는 법이 없다. 때문에 상대방을 바라보는 관점이 맑아지지 않으면, 계속 뭔가를 바라거나 요구하다가 결국 관계의 선을 넘어는 행동을 일삼게 될지도 모른다.


사람은 겉으론 달라 보여도 알고 보면 너나 나나 다 똑같다. 그럼에도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건, '내가 옳다'는 생각이 마음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립을 하기도 전부터 '내가 맞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상대를 대하니까, 나와 다른 행태는 이유를 불문하고 모두 아니꼽게 여겨지는 것이다.


'옳다', '그르다'를 나누려는 잣대만 들이밀지 않으면 문제는 심각해지지 않는다. 웬만한 건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뭔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이게 맞는 것 같은데 왜 저렇게밖에 하지 못할까'와 같은 생각만 하면, '나는 맞고 상대방은 잘못됐다'라는 관념만 강해질 뿐이다. 그럼 문제해결은 고사하고 내가 맞다는 생각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하는데만 혈안이 된다.


인간의 생각은 모두 맞기도 하고, 모두 틀린 것이기도 하다. 애초부터 세상엔 정답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내가 맞다'는 우직한 관념을 내세워 상대방을 긁다 못해 찍어 내리는 경우가 적지 않은 걸 보면,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굳이 성격차이를 좁히고 싶다면, 내 생각부터 바꿔보는 게 현명한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참 신기하게도 내가 먼저 바뀌면 상대방도 함께 바뀔 때가 많았다. 감히 확신해 보건대, 아마 그게 가능한 이유는 처음부터 상대를 바라보는 마음의 시선이 문제였기 때문이리라. 생각을 달리 하니 눈앞의 대상뿐만이 아니라, 세상 전체가 달리 보였던 경험을 떠올려보면 더 그렇다.


성격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건 꼭 마음의 문제만이 아니라, 딱 그 정도만 좋아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다. 그만큼 사랑하지 않는 것이다. '받아들임'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그만큼 애정이 없는 거라고 보기에도 충분하다.


만약 그런 경우라면 현실을 직시하고 서둘러 대책을 찾는 것도 방법이다. 그게 서로에게 가장 최선일 수도 있다. 괜히 남 탓으로 돌려 상대방을 깎아내려봤자 좋을 것도 달라질 것도 없으니까. '미룸'은 일종의 책임회피와도 연관이 있다. 


도저히 맞지 않는 것들을 기어코 끼워 맞추고자 애를 쓰기엔 우리의 젊음도, 시간도, 에너지도 너무나 아깝다. 이래나 저래나 삶에서 가장 소중한 관계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자신과의 관계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나 자신도 엄연히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또 하나의 존재이니까.


요는 성격차이를 걸고넘어지기 전에 그것을 문제라고 바라보는 그 생각부터 유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를 문제로만 보지 않을 때, 비로소 현명한 사고를 할 수 있는 여지가 샘솟는다. 더불어 그 과정을 통해 어디서도 경험하기 힘든 내면의 성장이 이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것이야말로 부부라는 특별한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남다른 보상이지 않을까 한다.


그래서 결혼이란, 따로 놀던 두 존재가 서로에게 다양한 영향을 주고받음으로써 함께 성장하는 길을 걷는 것이라고, 난 그렇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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