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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보 Jul 17. 2024

수유가 보통 일이 아니네

나만 잘하면 되겠다


아들이 세상에 태어난 지 4일이 지났다. 갓 태어난 아기 울음소리를 들은 게 어제 같은데 벌써 나흘이나 흘렀다니. 아직 '아들'이라는 단어를 쓰는 게 어색하다. 내가 아빠라는 것도 실감이 안 난다. 신생아실에 있어서 하루 중 얼굴 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런 것도 없잖아 있을 것이다.


아내는 나완 달리 생애 처음으로 엄마가 되었음을 한껏 체감하고 있을 듯하다. 때 되면 수유하러 내려가서 아들 얼굴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아기가 태어나면 한동안 잠은 제대로 못 잘 거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다만, 벌써부터 이렇게 잠을 설치게 될 줄은 몰랐다. 3,4시간마다 수유하러 가야 되니 푹 잘 수가 없다.


그나마 난 나은 편이다. 난 전화 벨소리에 잠깐 일어났다 곧바로 다시 잘 수 있지만, 아내는 한 번 내려가면 1시간가량은 머물렀다 돌아오곤 했다. 수유를 마치고 난 아내의 얼굴은 점심도 먹지 못할 만큼이나 온종일 바삐 일하고 온 사람만 같았다. 수유가 생각보다 진 빠지는 일이구나.


온종일 아내 옆에 붙어 있긴 한데 딱히 크게 해 줄 만한 게 없다. 가져달란 거 갖다 주고, 해달란 거 해주고, 수유하러 갈 때 같이 가주는 등(겨우 한 층 내려가는 거지만) 할 수 있는 건 일단 다 해보는데 더 이상 도와주지 못해 안타까울 따름이다. 맘 같아선 아내가 겪는 고통을 한 움큼 덜어 직접 감내하고 싶다만.


한편, 이런 상황은 나도 처음이고 아내도 처음인데 아내는 이 상황을 나보다 더 잘 받아들이는 것 같아 보였다. 딱히 그럴 만한 계기는 없는데 표정에서 그런 기운을 엿볼 수 있었다. '어차피 해야 될 일인데', '이렇게 될 줄 알고 애를 낳은 거니 고생하더라도 어쩔 수 없지'라는 말들이 얼굴에 쓰여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좋은 엄마가 될 것 같다.

나만 잘하면 되겠다.


언제나 그랬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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