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하느라 정신없는 와중에도 글 쓸 수 있었던 이유
2024 브런치북 공모전이 어제 끝났다.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알림이 오기 시작하는 8월부터 응모 기간 마지막 날인 10월 27일의 23시 04분까지 할 수 있는 힘을 다해 글을 썼다. 글쓰기가 원래부터 쉬운 일은 아니었다. 글쓰기 습관이 몸에 뱄다고 자부하는 나조차도 컴퓨터 앞에 앉아 키보드 위에 손을 올리면 멍 때리고 있을 때가 많다. 근데 올해가 유독 글 쓰는 게 힘들었던 이유는 육아를 동반해야 했기 때문이다. 아이를 키우면서 글을 쓰는 건 정말이지 보통 일이 아니었다.
원래는 새벽 4시 30분쯤 슬슬 침대에서 기어 나와 샤워를 하고 카페를 가거나 내 방에서 전구색 스탠드 조명 하나 키고 글을 썼다. 그럼 출근 시간 전까지 최소 2,3시간씩은 글을 쓸 수 있었다. 하지만 7월쯤에 날 똑 닮은 아이가 태어나면서는 그 패턴은 결코 유지할 수가 없었다. 태어나고 한 달 정도까지는 거의 한 시간 간격으로 깨서 그 좋아하는 글쓰기는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잠을 못 자 피로감에 시달렸다. 그나마 난 양반이었다. 아내는 한 시간도 옳게 못 자는 날이 많았다. 그래서 더욱더 글 쓸 엄두가 잘 나지 않았다.
하지만 계속해서 글을 안 쓸 수는 없었다. 난 글을 써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내게 글쓰기는 취미가 아니라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난 이미 그런 사람으로 거듭나 있었다. 하여 이런저런 방법을 계속해서 시도해 봤다. 새벽에 일어나는 시간을 조정해보기도 하고, 예전 학교 다닐 때처럼 새벽까지 글을 쓰다가 잠들기도 해 봤다. 그렇게 자체적으로 여러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지금은 자정까지 글 쓰고 아침 6시까지 잠자는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요즘은 아이가 6시 30분에서 7시 사이에 자주 깨서 그게 현재로선 가장 나은 대안이다.
힘들었다. '힘들었다'는 말이 계속해서 마음을 울린다. 아침에 일찍도 일어났다가 늦게도 일어났다가를 반복하는 등 혼자서 쌩쇼(?)를 했다. 그렇게 필사적으로 몸부림치며 글을 쓰면서도 '아내가 저렇게 고생하는데 과연 내가 이러고 있어도 되는 건가', '남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나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는데 착각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지금 이렇게라도 글을 쓰는 게 최선이 아닐까', '육아하면서도 글 쓰는 분들을 그동안 얼마나 많이 봐왔는데 나라고 못할까'라는 생각도 동시에 들어서 머리가 아팠다. 글 쓰는 버릇이 없었다면 글쓰기를 좋아하지 않았다면, 결코 하지 않았을 고민이고 하지 않았을 고생이었다.
한 가지 신기한 건 결과물을 보아하니 이전에 새벽에 일어나 편안히 글 쓸 때와 분량 차이가 별로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평소 분량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도 않고 일일이 세어 보지도 않아서 정확한 지표는 모르겠지만 느낌이 그렇다. 한 아이의 아빠가 되면서부터는 그야말로 '처절하게 썼다'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나름 불리한 조건 속에서 글을 써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것치곤 아무리 봐도 적지 않은 양의 글을 쓴 것 같았다.
지금 살짝 정신이 몽롱하기도 해서 뇌리에 스치는 모든 게 옅은 느낌이다. 하지만 한 가지만큼은 확신할 수 있다. 아내의 배려가 없었다면 그마저의 글쓰기는 결코 불가능했을 거라고.
빨래, 설거지, 쓰레기통 비우기, 분리수거하기 등 나름 도와줄 수 있는 건 최대한 도와줬는데 사실 글 쓴다고 바빠서 내 손에 익숙하여 순식간에 처리할 수 있는 것들만 매일 해왔을 뿐이다. 그 이상의 무언의 요구를(이를테면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 쌓인 먼지를 터는 것 등) 본능적으로 포착했음에도 모른 척해왔음을 본 글을 빌어 고백한다. 그래도 글은 써야 했기 때문이다. 다만 아마 아내도 그런 나의 꼼수(?)를 진작에 눈치는 채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기고 날아봤자 결국 아내의 손바닥 위에서 놀아나니까.
한편으로는 오히려 그래서 더욱더 기를 쓰고 육아에 전념하기보단 기를 쓰고 글을 쓰는 부분에 대해 크게 걸고넘어진 적이 없지 않나 싶다. 아내는 진짜 모르는 게 없다. 여하튼 여름동안 고생 많았다. 아내도 나도 그리고 우리 아이도.
부디 이기적이고 지극히 나만을 위한 매일의 글쓰기가, 세상에 몇 없는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뻗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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