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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ric Kim Jul 10. 2023

이해) 사기꾼들이 피해자보다 로펌을 더 많이 찾는 이유

위로가 필요한 사람들이 사는 세상

"잘 지내냐, 나 결혼해. 청첩장은 직접 주고 싶은데 시간 좀 내줘"


고등학생 때까지 친하게 지냈던 친구에게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로스쿨에 간다고 그 친구가 부산으로 내려가면서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지 몇 년이나 지났지만 워낙 친하게 지냈던 까닭인지 청첩장을 주고 싶다며 만나자는 그 친구의 연락은 부담스러움보다 반가움이 컸다.


로스쿨 졸업 후 로펌에 들어가 변호사를 하고 있다는 이 친구의 분위기는 내가 기억하던 것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어린 시절 철없는 말도 많이 하고, 허술하기만 했던 옛날의 모습은 사라지고 이제는 무게감도 있고 제법 변호사다웠다.


"변호사 일은 할만하냐?"


지난 공백기를 채우며 시작된 대화.

그동안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쉴 새 없이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창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유행할 때여서 변호사에 관해 궁금한 점들이 많았기 때문에 나는 궁금한 것들을 계속 물어보았다.


"그럼 의뢰를 하려면 비용은 어느 정도 되는데?"


"보통 xxx 정도고 사건마다 다르지"


"막 1심 2심 그렇게 나뉘잖아. 그럼 비용도 다르지?"


"어, 근데 난 제일 안타까운 게 비용이 비싸니까 사람들이 로펌에 안 맡기는 사람들도 많아. 그리고 1심을 망치고 찾아온단 말이야. 그럼 망쳐서 꼬인 거 다시 풀고 하려면 비용도 더 들고 재판도 어려워지는데 차라리 처음부터 가져오면 쉽게 갈 수 있는 것들도 어렵게 가는 사람들이 많아서 그게 참 안타깝지.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쓰니까"


"범죄자들 변호도 해야 하는 거잖아? 감형 이런 거 받게"


"사기꾼들이 로펌 더 많이 찾아와. 그 사람들이 돈이 많거든"


"노후를 위해서 한탕해야 하나.. 그나저나 예전에 그거 생각나냐?"


시답잖은 농담으로 대화를 마무리했지만 계속해서 머릿속에 그 말이 떠나지를 않았다.

"사기꾼들이 로펌 더 많이 찾아와. 그 사람들이 돈이 많거든" 한 번도 의식해 본 적은 없었지만 너무 이해가 되는 말이었기 때문이다. 사기꾼들은 사기를 쳐서 돈이 많으니 로펌에 비싼 돈 주고 감형을 받고, 피해자들은 손해를 보고도 그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게 감형을 받은 사기꾼들은 몇 년 감옥에 있다 출소 후 잘 살 거라는 생각. 참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면서 또, 자본주의인 세상이 만든 현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펌도 회사인데 회사에서 까라면 까야겠지.


심란한 마음에 인터넷에 변호사과 사기꾼들에 대해 검색을 하다 이런 글을 봤다.


'뻔뻔한 범죄자를 돈 때문에 변호해야 하는 현실에 현타가 와서 변호사 그만둔 사람도 있더라고요'


그 많은 변호사 가운데 자신의 소신을 따르는 사람도 있다는 것.

그것이 괜스레 조그만 위안이 되는 거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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