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빼고 모두 행복하게 사는 거 같아서
오랜만에 만난 고등학교 친구들.
한 친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SNS 이야기가 나왔다.
"다른 애들은 SNS로 간간이 소식을 봤는데 넌 뭐 하는 게 없으니까.. 근데 넌 왜 SNS 안 하냐? 그냥 너도 하나 만들어서 근황이나 올려"
"아이디는 있어. 하기도 했었고"
말이 좀 이상하다.
"했었다는 뭐야. 지금은 안 해?"
"어"
"왜?"
"나만 빼고 모두 행복하게 사는 거 같아서 하기 싫더라고"
다들 잘 사는 거 같은데 자신만 잘 못 지내는 거 같은 기분이 들어 SNS를 안 한다는 친구.
모두 각각의 삶에서 예쁜 부분만 오려서 보여준다는 걸 알면서도 막상 그것들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좀 그렇다고 한다.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자신의 어두운 면을 들어내고 싶어 할까.
어쩔 수 없는 SNS의 이면.
그리고 그렇게 끝났던 우리의 대화.
며칠 전 핸드폰 화면에 누군가 팔로우 요청을 했다는 알람이 떴다.
누군지 궁금함에 아이디를 타고 들어가자 SNS를 안 한다던 그 친구의 얼굴이 보인다.
여자 친구와 찍은 다수의 사진들.
지난날 SNS를 하지 않겠다던 그 친구의 말이 다시 생각나며 웃음이 새어 나왔다.
'남들만 잘 사는 거 같아서 하기 싫다더니'
자신이 한 말을 잊을 만큼 자랑하고 싶었나 보다.
여러 사진들을 구경하는데 사진 속 친구의 표정은 참 신나 보인다.
친구의 마음에도 이제는 여유가 좀 생겼구나 싶었다.
그렇기 때문에 남들만 잘 사는 거 같아 싫다던 SNS에 이렇게 사진들을 올리지 않았을까.
'자기도 잘 살고 있다고'라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