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는 가끔 현실이다
'아기 나왔다. 한 달 일찍 나와버려서 인큐베이터 들어갔어'
친구 하나가 단톡방에 출산소식을 알리며 사진 하나를 보냈다. 호흡기를 낀 상태로 인큐베이터에 들어가 있는 조그만 아기.
'자식이 저러고 있는 거 보면 가슴 찢어진다'
아들이든 딸이든 상관없으니 건강하기만 하면 좋겠다며 여러 번 건강을 강조했던 친구는,
호흡기를 달고 있는 자기 자식의 모습을 보고 그만 울어버렸다고 한다.
아빠로서의 시작을 마냥 축하해주지 못하고 위로도 함께 해야 한다는 사실은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다른 일로 연락을 주고받다 아이에 대해 물었다.
'아기는 건강하지? 인큐베이터에서는 나왔어?'
'나오긴 했는데 우리애기 심장수술 해야 된단다. 선천적으로 구멍이 있대'
지난번 보았던 아이의 사진이 아른거리며 기분이 이상해졌다. 뭐라고 답장을 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있는데 아기를 찍은 동영상 하나가 이어 올라왔다.
'나 닮았냐?'
동영상에는 그새 큰 아기가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야, 너 안 닮았고 그래서 다행이다 ㅋㅋㅋ'
가끔 살다 보면 나랑은 상관없을 거 같았던 일들이 실제로 우리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드라마에만 나올 거 같았던 일이, 뉴스로만 보던 그런 일들이 말이다.
그럴 때면 참 곤혹스럽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혼란스러워진다.
그래서인지 나이를 먹을수록 마음을 더 단단히 먹으며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이 벌어지면 누군가는 그것을 감당해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태어나지 못한 자식을 보고 왈칵 울어버렸지만 그럼에도 아빠로서 행동해야 하는 친구처럼 말이다.
친구에게 먼저 연락하기도 조심스러워 궁금증만 가지고 살던 어느 날, 단톡방에 사진 여러 장과 메시지가 올라왔다.
'생존보고'
'아직 크리티컬 한 문제는 없이 크는 중'
'저거 옷에 묻은 거 다 애기 토임'
'애 좀 크면 놀러 와'
영락없이 어디서 많이 봤던 자기 자랑하는 애아빠의 모습이다.
그래도 별문제 없이 잘 지낸다는 그 말이,
또 그새 더 커버린 아이가 건강해 보여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한번 모두가 슬픔을 모르고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음을 단단히 먹지 않아도 되는 그런 삶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