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나는 오늘도 BMW로 출퇴근을 한다.

조금만 여유를 가지면 서로가 민망하지 않을 거 같은데.

by Eric Kim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이기적인 사람들 같으니라고.




나는 오늘도 BMW로 출퇴근을 한다.


BMW 별 거 없다.

Bus, Metro, Walk

앞글자만 따면 BMW이다.


매일같이 출퇴근을 BMW로 하다 보면 다양한 사람과 상황을 만나게 되는데, 개인적으로 지하철에서 극혐 하는 사람은 밀지 않으면 내가 죽는다는 듯이 사람들을 밀며 타는 사람이다.


정말 이걸 놓치면 지각을 해서, 아니면 정말로 다른 이유가 존재하여 그렇게라도 타야 하는 사정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며칠 출퇴근하며 지켜보다 보면 항상 같은 사람이 열심히 사람들을 밀고 있기에.. 딱히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 같지는 않다. 그저 이 지옥철에서 내가 이렇게 밀어도 다들 그러려니 하겠지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음에 틀림없다.


나도 몇 번 밀려 쥐포가 되면서 악이 받친 적이 많다. 다음에 그 사람 뒤에 서서 똑같이 밀어서 복수를 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내가 당했다고 똑같이 한다면 나도 그 사람과 다를 게 없기 때문에 그저 피해 다니며 속으로 욕 하는 것으로 분노를 삭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나 더러워서 피하지.

이기적인 사람들 같으니라고.


하루는 퇴근을 하고 약속이 있어 분당선을 타고 약속 장소로 향하고 있는데 그곳에서도 꾸역꾸역 사람들을 밀며 기어코 지하철을 타는 어르신을 보게 되었다. 이런 분들은 어디에나 존재하는 거 같다.

약간 나이가 드신 어르신이었는데 어디서 힘이 그렇게 나시는지 모든 사람이 아무 저항도 못하고 안쪽으로 밀려 들어갔다.


이때 웃픈 상황이 발생하였다.

어르신의 겉옷 모자가 문에 껴버렸던 것이다. 끝에만 조금 끼었으면 당겨서 빼겠지만 좀 깊숙하게 끼셨다.

꼼짝없이 반대쪽 문만 보고 있으셔야 하는 어르신..

그분에게 밀려서 기분이 나쁠 대로 나빠진 사람들이 당연히 도와줄 리 없었다.


3 정거장, 4 정거장.. 많은 정거장을 지나왔는데도 문은 야속하게 반대쪽만 열렸다.

본인도 그 상황이 민망하다는 걸 아셨는지 들고 있던 신문을 펴서 괜찮은 '척' 중얼거리며 읽기 시작하신다.

손에 신문이라도 들고 계셔서 다행이지만.. 모자가 낀 채로 신문을 읽고 있는 모습은 그렇게 웃플 수가 없었다.


얼마나 더 어르신이 그러고 계셨는지는 모르겠다.

지하철은 내 목적지에 먼저 도착을 하였고 나는 그 어르신을 뒤로하고 먼저 내려야만 했다.

아마 두어 정거장 더 지나서 그 민망함으로부터 벗어나지 않았을까.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은 미친 듯이 사람들을 밀며 타는 버릇을 버리시면 좋겠지만..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

그날의 민망함은 잊고 어디선가 또 열심히 사람들을 밀고 계시지 않을까.


사람들이 BMW가 그렇게 좋다고 하던데 다 이런 이유 때문인가 보다. 다양한 사람과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오늘도, 내일도 나는 BMW로 출퇴근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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