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이 부담으로 다가오면 그게 휴일이 맞나요
퇴사할 때 꼭 이렇게 말해야겠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휴일이 다가올 때 걱정 없이 그냥 좋아하면 되는 일 하고 싶어요.
내가 퇴사를 하고 싶은 수많은 이유 중 하나는 다가오는 공휴일이 달갑지 않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설이나 추석 혹은 연차일이 다가오면 쉴 수 있다는 설렘 또는 기대감보다는 연휴 시작 전 확인하고 신고해야 할 건들이 걱정되고, 갔다 와서는 휴일 동안 들어온 화물들을 언제 다 처리하나 라는 막막함이 더 크게 다가온다.
막상 눈 앞에 닥치면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신경을 안 쓰려 하지만 내 성격 자체가 생각이, 걱정이 앞서는 사람이기에 정말 쉽지가 않다.
미국이나 유럽을 담당했다면 조금은 괜찮았을지 모르겠다.
미국이나 유럽 쪽 화물들은 기본이 3주에서 길게는 1달 반까지도 걸려서 들어오기 때문에 긴 휴일을 앞두고 있어도 미리 대비를 할 수 있으며 문제가 생긴다 하여도 대처할 수 있는 기간이 충분해 보인다.
사실 안 해봐서 정확한 사정은 모른다.
아시아, 특히 중국 화물을 담당하는 나로서는 전혀 여유가 없다.
중국도 우리 설과 같이 춘절을 보내고 11월 즈음에도 우리의 추석 비슷한 휴일을 가진다. 다만 우리와 조금 다른 점은 중국은 정말 길게 쉰다. 그래서 만약 그 기간 동안에 서류 및 기타 Issue가 발생한다면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그들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는 것뿐이다.
맨 처음 중국의 긴 연휴를 겪었을 때, 나는 이러한 사정을 정말 아무것도 몰랐다.
우리 중국 친구들도 긴 연휴를 앞두고 마음이 들떴는지 서류들이 개판이었다.
평소에도 야속한 친구들이었지만 그렇게 미울 수가 없었다.
모르면 몸으로 때워야 한다.
서류와 맞지 않은 물건들을 가지고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매일같이 늘어나는 창고료를 보고하며 거의 1주일 내내 답답함과 미안한 마음으로 보내야만 했다.
물론 지금은 연휴를 앞두게 된다면 귀찮을 정도로 집요하게 하나부터 열까지 확인을 한다.
그래도 연휴가, 휴일이 다가올 때마다 마음의 부담이 커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수십 번, 수백 번 생각을 해봐도 이 삶은 평생 받아들이지 못할 거 같다.
그러니 내가 도망을 가야지.
퇴사할 때 꼭 이렇게 말해야겠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휴일이 다가올 때 걱정 없이 그냥 좋아하면 되는 일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