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하루 만에 모든 회사 사람이 나를 알게 된다면

워크숍 당일, 갑자기 내가 주인공이라니

by Eric Kim

그 이후로 가끔 “저 곧 퇴사할 거예요”라고 말할 때면 돌아오는 대답은 “왜? 배우 하려고?” 였다는 웃픈 이야기




간소화된 워크숍의 일정은 생각보다 단순하였다.

홍대에서 '오늘은 내가 주인공'이라는 연극을 관람한 뒤 저녁을 먹으며 경품 추첨을 하면 끝나는 일정이었다.
다만.. 공연 이름이 뭔가 이름만 들어도 잘못 걸리면 안 될 거 같은 공연이었다. 나중에 인사과 사람들을 통하여 알아보니 역시나 관객들을 불러서 함께 하는 공연이라고 하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모이는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하였다. 뒤쪽 가장 구석자리에 자리를 먼저 잡고 친한 사람들이 올 때마다 내 옆으로 불렀다.

정말 '이 정도 위치면 절대 불리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완벽한 자리였다.

하지만 막상 공연을 시작하자마자 문제가 생겼다.
배우들이 앞자리를 채워주지 않으면 공연을 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기 시작한 것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이런 상황에서는 모든 사람들은 맨 뒷줄을 쳐다본다..

속으로 제발을 외치며 애써 사람들의 시선을 외면하였지만 부사장님의 "그 줄이 좀 앞으로 오지"라는 한 마디는 우리 모두가 우르르 내려가게 만들기에 충분하였다.

자 조금만 상상을 해보자.


내가 가장 구석에 있었는데 복도 쪽에 있던 사람들부터 내려가 안쪽 자리부터 채워서 앉았다. 그럼 내 자리는 어디일까?

바로 복도 쪽 끝 자리다.
나는 공연장 두 번째 줄 복도 끝자리에 앉게 되었다.
나는 이때부터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감지했다.

일부만 관객이 참여하는 공연인 줄 알았는데 모든 코너가 관객 참여가 필요한 공연이었다. 그리고 나는 배우들이 데리고 나가기 가장 좋고 만만한 자리에 앉아있었다.
공연을 스포 할 수 없기 때문에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그날 나는 4개의 코너에 불려 나갔다..
그리고 무슨 생각이었는지 정말 열심히 하였다..

퇴사할 때까지 있는 듯 없듯이 조용히 지내다 나오려던 내 계획은 그렇게 내 안에 숨어있던 똘기 때문에 바로 실패해 버렸다.

그렇게 하루 만에 나는 전 직원이 아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저녁을 먹으며 자리를 옮길 때마다 “아~ 오늘의 주인공이시네요” “저 오늘부터 팬 하려고요” 라며 오늘 공연 잘 봤다는 칭찬(?)을 받았다.


그 이후로 가끔 “저 곧 퇴사할 거예요”라고 말할 때면 돌아오는 대답은 “왜? 배우 하려고?” 였다는 웃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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