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쓸모 있는 사람을 원한다
그 날 이후로 마음을 조금 다잡았다.
퇴사 준비는 하지만 그만큼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한다.
내가 떠날 때 회사가 조금이라도 아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나의 두 번째 인사고과.
"근태도, 성격도 다 괜찮은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하는 부분에서는 부족한 거 알지? 항상 문제가 생기면 사수가 해결해 주겠지 하는 그런 마음으로 일 하는 거 아니야?”
나의 뼈를 때리는 팀장님의 말에 처음엔 조금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변명을 조금 해보자면 첫 번째로 우선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를 모르기 때문에 스스로 해결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의 업무는 3번이나 바뀌었다. 바뀐 업무에 대한 경험치가 아직 부족하기에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두 번째로 나의 사수는 ‘그냥 내가 한다’의 마인드를 소유한 사람이었다. 옆에서 어떻게 처리하는지 알려주는 것보다 그냥 본인이 처리하는 것이 빨리 끝나기 때문에 중간에 Take over 하여 처리해버리는 사람이었다.
모르면 여기저기 물어가고 해결하면서 경험치를 쌓아야 스스로 해결하는 능력도 커지는데 문제가 생기면 사수가 다 처리해버리니 나의 문제 해결 능력이 떨어지는 건 당연하였다. 처음에는 “제가 한 번 해볼게요” 라며 스스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처리하는 과정 중 어쩔 수 없이 무언가를 사수에게 물어볼 수밖에 없었고 그러다 보면 어느 시점부터는 사수가 해결하고 있었다.
한 편으로는 나도 퇴사를 한다면 다시는 포워딩 쪽은 얼씬도 안 하겠다는 마음이 있었기에 ‘굳이 열심히 배워서 뭐하냐, 그래 편한 대로 해라’ 라며 나의 경험치를, 역량을 키울 생각을 안 하기도 했다.
이런 모습이 그리 당당하지는 않기에 나는 아무 말할 수 없었다.
"문제 생기면 또 xx가 해결하고, 네가 실수하면 xx가 열심히 싸워주고 너는 지켜보고"
나도 나름 성실하게 일 하고, 열심히 회사를 다녔는데 '그동안 나의 단점만 보신 게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부족한 부분을 알고, 앞으로 조금 더 성장하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하신 말이겠지만 그날따라 그 말들이 그렇게 아플 수가 없었다.
며칠 뒤, 아는 형이 이번에 이직을 하면서 1달 쉬게 되었다고, 밥 사 줄 테니 한 번 자기 동네로 놀러 오라며 나를 불렀다. 만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내가 이직을 하려던 이유, 상황들에 대해 얘기를 하게 되었고, 가만히 듣던 형은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자기 얘기를 좀 해주겠다 하였다.
신입부터 자신을 괴롭히던 상사가 있었다고 한다. 회식자리에서 술을 안 마신다고 그렇게 괴롭혔단다. 그 상사가 이직할 때까지 그렇게 힘들었다고 한다. 또 회사에 고인물들이 많아서 중간 사람들만 일을 엄청하고 위에 사람들은 놀기만 하는 현실이었다고 한다. 그래서 자신은 더 열심히 했다고 한다.
윗사람의 부당한 지시가 있으면 싸웠고 자기 아랫사람들은 잘 챙겨주려 했다고 한다. 자기 윗사람들 중 한 명도 안 싸운 사람이 없다고 한다. 그 사람들은 놀기만 해서 일의 어떻게 되고 있는지 모르기 때문에 아쉬운 건 그 사람들이라고, 결국 미안하다고 일의 진행사항 좀 공유해주면 안 되냐고 먼저 사과하고 다가오는 것은 그 사람들이었다고 한다. 본인이 일을 열심히 하고, 회사도 본인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기에 가능했다고 했다.
이런저런 일들로 결국 자신은 퇴사를 결심하게 되었고, 다른 곳을 알아보지도 않은 막막한 상황이었다.
그때, 자신을 그렇게 괴롭히던 상사가 먼저 자기 회사로 오라고 연락을 하여 더 좋은 대우, 직급으로 이직을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였다.
"회사는 쓸모 있는 사람을 원해. 지금은 억울해도 네가 열심히 하고, 너의 가치를 증명하면 언젠가는 그 노력에 대한 보상이 있을 거야. 그리고 지금 네 주변의 사람들이 어떤 인연으로 다시 연결될지 모르는 거니까 마무리도 잘하고 나오고. 나를 그렇게 괴롭혔던 상사가 먼저 나를 찾아준 것처럼"
조금은 부끄러웠다.
퇴사를 하겠다며 떠날 생각만 하였지 그런 부분까지 고민을 해본 적이 나는 없었다.
이럴 때면 내 주변에 정말 괜찮은 사람들이 많구나 싶다. 이런 조언도 해주고.
그 날 이후로 마음을 조금 다잡았다.
퇴사 준비는 하지만 그만큼 이 회사에서 할 수 있는 만큼 열심히 한다.
내가 떠날 때 회사가 조금이라도 아쉬운 사람이 될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