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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 Oct 21. 2023

무한도전 봅슬레이 편이
내게 준 감동

예능의 본질은 웃음이 아니라 감동

흔히 예능은 웃음, 재치 있는 언변, 그게 안되면 망가지는 몸개그라도 선보여 시청자를 웃게 만들면 최고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예능의 본질은 감동이다. 감동(感動),  마음을 움직인다는 말처럼 웃게도 만들고 울게도 만들려면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그 무엇인가가 반드시 필요하니까 말이다. 


웃음도 감동이고 울음도 감동이다. 그런데 예능에서 느낀 울음은 웃음보다 더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기대하지 못하던 데서 뜻밖에 건져 올린 수확이라서일까. 

열악하기 그지없는 이름도 생소한 동계올림픽종목 봅슬레이. 그것도 전혀 단련되지 않는 초보자가 타기엔 목숨까지 담보로 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무한도전의 여섯 남자는 무엇을 위해 생사를 걸었을까? 

예능 최고 강자의 옛 명성을 되찾고자 하는 욕심이었을까. 아니면 좌충우돌하지만 무엇이든 최선의 노력으로 끊임없이 도전하는 무한도전의 초심이었을까. 

나는 후자이기를 바란다. 


방송기간 내내 일주일간의 피로나 스트레스를 확 날려줄 만큼 재미있고 온 국민이 즐겨보는 프로그램이지만 종종 여섯 남자의 안위(?)가 걱정스럽고 안쓰러워 보이는 도전이 허다했는데 일반인이 생각하기에 너무나 위험해 보이고 보는 내내 혹시나 하는 마음을 졸이며 보게 만들어 웃음은커녕 시종일관 진지해져 있는 나를 발견하게 한 7일 봅슬레이 편은 가슴 먹먹한 감동을 주기에 충분했다. 


사람의 감정은 아무리 꾸민다고 해도 진실을 알아보는 사람들에게 거짓은 거짓으로 밖에 통할 수가 없다. 티격태격 아웅다웅, 방송이지만 서로의 감정을 상하고 무안하게 만들 말들과 행동이 여과 없이 오고 가는 가운데 일단 시작은 했고 어떻게든 결과는 나야 하고 다들, 의외의 돌발상황이 발생되는 가운데 자칫 깨지기 쉬운 팀워크를 서로를 다독이며 걱정하며 배려하는 마음으로 이겨내는 모습은 설정하려야 설정할 수 없는 그야말로 있는 그대로의 무한도전이 가진 최고의 리얼한 모습이었던 것이다. 


동생들 걱정할까 봐 무섭다고 말은 안 했다지만 사실은 동생들이 속으로 더 위로하고 격려해 줬던 박명수의 허풍 아닌 허풍도, 순서가 바뀌어 힘든 가운데 찮은이형의 실수로 극도의 고통 속에 경기를 했고 통증과 두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결코 남 탓을 하지 않고 오히려 격려하며 더 잘하도록 배려하는 유 반장도, 본인의 실수로 혹시 동생이 다치지나 않았을까 걱정하며 마음 아파하는 마음 여린 바보형도, 강한 중력의 압박감에 허리를 다쳐 본경기에 뛰지 못하고 나이 많은 형들이 빈자리를 대신하는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에 눈물을  글썽이던 뚱보돈이 와 조절할 수 없는 스케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먼저 떠나야 했던 언제나 스마일맨 홍철. 그의 진지한 모습과 만능 스포츠맨의 돌발적인 부상과 부상에도 불구하고 경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도전의식과 늦게 팀에 합류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진한 동료애를 느꼈을 법한 진이의 눈물과 형들에 대한 애정. 


이 어느 것에 설정이나 각본이 있었을까. 

예능은 언제나 웃음을 주어야 하고 그를 위해서는 무엇이든 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은 차순위의 일이다. 시청률을 위해 목숨까지 내걸 만큼 무모한 도전은 원하지 않는다. 


예능은 감동이다. 그것이 뜻밖의 것에서 얻어진 것이라면 여운은 오래 남는다. 무한도전이 오래도록 국민의 사랑과 관심 속에서 살아남길 누구보다도 바라는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칫 타 방송에 밀려 잃어버릴지 모를 뻔했던 초심을 찾았다는 것이 너무 반갑고 기쁘다. 


때론 막말과 의도하지 않던 시비에 휘말려 본의 아니게 마음 고생하는 연예인이기 이전에 한 평범한 사람으로서 무한도전 멤버들에게도 새로운 활력의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 휴먼인간다큐가 아니어도, 언제나 몸을 던져 웃음을 주는 그들을 보고 눈물이 났다. 

언제나 흘려야 할 눈물은 아니겠지. 그리고 또 무한도전은 웃음과 재미를 위해 또 노력하겠지. 그렇지만 봅슬레이 편을 보며 느낀 이 감동은 오래도록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오랜만에 무한도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은 내용의 예능의 수작(秀作)을 만난 듯한 느낌이다.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무한도전의 무한 파이팅을 기대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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