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직 Oct 21. 2023

말의 열매

삶을 환하게 밝히는 

말은 씨앗이다.

민들레 홀씨가 바람에 흩날리듯, 

우리의 말 한마디도 세상을 떠도는 

작은 씨앗처럼 마음에 심기운다. 

내 입으로 뿌리는 순간,

누군가의 가슴에 꽃으로 피어나기도 하고, 

쓰라린 상처를 남기기도 하는 씨앗.


말이 내 입을 통해 

누군가에게 건너갈 때, 

그 말이

우리가 함께 건너는 

시간의 강이 되고

추억의 뒷길을 따라 

걸어가는 길이 되고

아무리 들어도 해어지지 않는 음악처럼 

우리의 영혼을 안아주며, 

함께 세상의 진실을 탐구하는 

도구가 된다.


내 말의 내면세계가 

마치 별빛처럼, 

어둠 속에서 빛을 내며 

누군가의 길을 밝혀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 말 한마디로 

누군가의 하루가 환하게 밝아질 수 있다면

마치 봄비처럼, 

마음을 풍요롭게 적시어 

향기로운 꽃들을 피우게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좋은 말의 씨앗은 

나 자신과 다른 이들의 영혼을 아끼고 

세상을 빛나게 만드는 순간이 된다.


이해인 수녀님은 

'말을 위한 기도'라는 시에서

세상에 태어나 뿌려놓은 말의 씨앗들이 

어디서 어떻게 뿌리를 내렸을까

 두려운 마음이 든다며

아름다운 '언어의 집'을 짓기 위하여 

언제나 도를 닦는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나의 말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하여 

시간의 흐름을 멈추는 순간이 되고

따뜻한 봄날, 하늘의 축복처럼  

떨어지는 꽃잎들과 같이 

사랑하는 사람들 마음에 쏟아지기를

보석처럼 밝은 빛으로 곱게 심기우기를


내 말의 씨앗들로 

풍요롭고 아름다운 인생의 시와 노래로 

넉넉한 열매들을 맺기를

영혼의 두 손을 간절히 모아 본다.



이전 02화 '토마토' 옆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