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툰 모험가의 국토대장정 다섯 번째 이야기(천안-공주)

나는 나를 위로한다

by 서툰 모험가

오늘의 목적지는 공주의 공산성 근처이다.

비소식이 있기도 하고 이동거리가 20km로 짧아서 밀렸던 글을 쓰고 오전 9시에 출발하였다.

전날 급하게 치킨을 먹은 게 탈이 난 것 같았지만 남은 치킨이 아까워서 아침으로 3조각 정도 먹었다.

발가락에 테이핑을 하는데 벌써 한 개를 다 썼다.

(참고로 발가락 테이핑 할 때 볼펜으로 끝나는 지점을 체크하면 저녁에 와서 떼는데 수월하다.)

내가 이번 여정을 통하여 잃기 싫은 것이 두 가지가 있는데 건강과 피부이다.

그래서 평소 바르지도 않던 선크림을 덕지덕지 바르고 출발한다.

거는 순간 느낌이 쎄~하다

속이 더부룩한 것이 명치 쪽에 무엇인가 꽉 막힌 느낌이다.

큰 이상은 없지만 몸의 밸런스가 깨진 느낌이다.

걷는데 힘이 안 난다.

계속 처지고 힘이 곱절로 든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오늘 거리가 짧다.

중간에 물만 마시고 간식은 먹지 말아야겠다 다짐하며 걷는다.

힘이 없어서인가...

힘을 내라고 동전 여섯 개가 등장했다.

(힘이 들어서 땅만 많이 보고 간 것 같다.)

그래도 아이템 획득 하니 기분이 좋다.

다시 힘을 내서 가보자!!

드디어 쉬고 갈 수 있는 원두막을 만났다.

무려 두 시간 만에 나타난 여정 최초의 원두막!!

신발 벗고 올라가서 발을 환기시키며 쉬어 본다.

5일 차 정도가 지나니 사람이 많이 초췌해진 것 같다.

그럴 때일수록 더 밝게 웃어보고 힘을 내며 가는 게 에너지를 잃지 않는 방법이다.

나는 힘들고 외로우면 별로 친하지 않은 사람들한테 전화를 하곤 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전화를 끊고 나면 100% 후회했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갑자기 막 통화를 하고 싶어졌다.

"나 국토 대장정 한다"라고 막 자랑하고 수다를 떨고 싶었다.

그러나 후회할 것을 알기에 통화하고 싶은 생각을 떨쳐내고 더 철저히 고독하게 걸어간다.

그리고 스스로 위로해본다.

“오늘 같은 기분이 여정 내내 있을 것 같아? 아니야!! 오늘은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것뿐이야 그러니까 감정에 휘둘리지 마!! 잘하고 있으니까 외로움 타지 말고 그대로 가!!”

중간에 숨어있던 개가 갑자기 짖어대서 허리가 무너질 뻔했다.

이 녀석은 오늘 나한테 욕을 많이 먹어서 오래 살 것 같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이 녀석(개) 입장에서는 욕이 아니었다.

국토 대장정의 가장 큰 변수 중 하나는 갑자기 등장하는 개와 복식으로 짖어대는 소리이다.ㅠㅠ

걷다 보니 공주 메타쉐콰이어 길이 나온다.

카카오맵은 그 길로 안내해주지 않았지만 5일 정도 지났다고 요령이 생겨 메타쉐콰이어 길로 올라갔다.

멋있는 길이었다. 용기를 내서 지나가는 분에게 사진을 찍어 달라고 했다.

찍어주신 분께 너무 감사했지만, 나 정도로 사진에 관심이 없고 못 찍는 분 같았다.

모델의 문제도 있었겠지만... 내가 상상했던 풀샷이 아니었다.

나의 사랑하는 아내는 어떻게 해서든 남편 잘 나오게 하려고 잘 찍어 줬는데... 아내의 열정과 사랑과 사진 찍는 실력이 너무나 고맙고 그리운 하루였다.

금강철교를 지나자 공산성이 눈앞에 보인다.

오늘의 첫 번째 목적지는 공산성 앞의 “밤 마을”이라는 카페이다.

속이 안 좋아도 커피랑 밤파이는 먹고 싶어서 묵묵히 걸었다.


드디어 “밤 마을” 입성!

사람들이 극찬했던 밤파이랑 에클레어를 시켰다.

빵 자체는 맛있었다.

하지만 커피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런데 사람들이 이렇게 까지 밤파이에 열광하는지는에 대해서는 의문점이 남았다.

이 점을 놓고 내가 곰곰이 고민을 해 봤다.

내 입이 이상한 건가? 아니면 너무 비판적인가?

생각해 보니 내가 그동안 경험 했던 곳 에서의 맛이 대부분 기본값 이상을 하고 있어서 인 것 같다.(지역, 가격 여하를 떠나서)

이 정도의 맛을 놓고 “우와 최고의 맛이다”라고 하는 분들의 표현도 맞다.

그리고 “이렇게 까지 열광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말하는 나의 표현도 맞다.

차이점이 있다면 각자 삶의 기준점이 되는 정황이 다를 뿐이다.

고로 맛있게 먹었다.

오늘의 숙소는 “정중동 호스텔”이다.

내일 가야 하는 거리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서 정한 곳이다.

가는 길에 백제를 표현해 주는 군인과 말도 보이고 공주 산성시장도 보인다.

드디어 “정중동 호스텔”에 도착했다.

하루 중 내 표정이 가장 좋을 때는 저녁 숙소에 도착할 때이다.

호스텔은 내가 5일간의 숙소 중에서 제일 좋았다.

깨끗한 것도 좋았지만 무엇보다도 세탁실이 있어서 좋았다.

세탁기에 건조 기능도 있어서 빨래를 몰아넣었다.

무려 2시간 50분이나 걸린다.

빨래가 되는 시간도 꽤 걸리니 겸사겸사 공주 산성시장으로 나갔다.

내일 아침에 먹을 떡을 사려고 부자 떡집을 가봤다.

사장님께서 너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사장님께서 추천해 주신 "시골집"에서 순댓국도 한 그릇 먹었다.

중간에 허파랑? 간도 서비스로 주셔서 마음이 따뜻해졌다.

숙소에 들어오니 빨래가 2분 남았다.

손빨래랑은 차원이 다른 느낌이다. 세탁기 만만세!!

이렇게 오늘도 하루가 저물었다.

실은 이 글을 쓰면서도 속이 더부룩하다.

중간에 약국을 가서 소화제도 사 먹었다.

굶으면 좋다고 하는데 그럴 수는 없었다.

그래서 타협한 것이 밀가루는 먹지 말자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허리 쪽에 통증이 심해져서 걱정이 되긴 하지만 완주는 꼭 하고 싶다.

내일은 조금 더 좋은 컨디션으로 걸을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오늘의 결산(누적 145.8km)

이동경로: 충남 공주시 정안 광정파크 - 충남 공주시 정중동 호스텔

이동거리: 21km

총비용:81,600원

1)간식:10,300원(베이커리 밤마을)

2)간식:6,300원(부자떡집)

3)저녁:12,800원(시골집 순댓국/물)

4)숙소:47,500원(공주 정중동 호스텔)

5)기타:4,700원(소화제/종이테이프)

서툰 모험가의 국토 대장정 다섯 번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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