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구운 빵만이 환영받는 세상
<메인 사진 출처 : 뚜레쥬르 홈페이지>
오븐에서 갓 나온 빵의 모습을 본 일이 있을 것이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빵을 제빵사가 들어 반으로 쪼개면 먹음직스럽게 피어나오는 하얀 김. 촉촉하고 부들부들한 살결을 거부할 수 있는 이 누가 있을까.
우리에게 신선한 빵의 이미지란 이런 것이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식은 빵을 만나면 쉽게 실망하고, 랙에 담겨 조용하게 식고 있는 빵을 뒤집어가며 빵집 주인에게 묻는 것이다. '갓 나온 빵은 없나요?'
지난 주 금요일 회사에서 하는 경진대회에 나갔더랬다. 우리 팀의 제품은 바게트를 반으로 갈라 파스타 소스를 듬뿍 바른 소스 바게트. 샘플을 잔뜩 만들어 와서 회사 내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임직원들에게 시식을 하는 그런 행사였다.
누군가 물었다. '이 제품은 보아하니 출시되면 전날 만든 바게트를 사용하게 되겠네요.'
(공지를 그렇게 내리지는 않지만 임의적으로 식은 바게트를 활용하게 되겠다는 무언의 부정적 의견)
그럴리 없다고, 본사에서 잘 관리하게 될 것이라고 옆의 동료가 말하긴 했지만 듣고 있던 나는 솔직히 의문이 들었다. 소스바게트는 충분히 식은 바게트로 만들어야 소스가 적당히 배고 빵 속이 떡지지 않는다. 말하자면 못해도 태어난 지 반나절, 적어도 하루가 지난 바게트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말씀.
갓 나온 빵이 최고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것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나의 주 종목인 샌드위치만 해도 그렇다. 그 중 한창 유행했던 샌드위치인 '타마고 샌드위치'를 예로 들어보자.
계란말이는 상당히 많은 수분을 갖고 있어 갓 나온 식빵을 사용했다간 식빵이 수분을 머금어 물러지고 짓눌려 상품성이 떨어진다. 또한 신선한 식빵은 촉촉하고 쫄깃한 동시에 질기다. 한 입 베어물면 식빵은 질겨서 잘 찢겨지지 않아 주르륵 뜯어지고, 축축한 계란말이와 갈 곳 없이 머문 수분만 가득한 샌드위치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나의 경우 타마고 샌드위치를 만들 때는 반드시 하루 지난 식빵, 이도 여의치 않으면 밖에 잠깐 꺼내어 놓던지 표면을 살짝 토스트한 후 식혀서 수분을 날린 후에 사용한다. 반드시 식빵 표면을 완전히 식힌 상태에서 마요네즈를 발라야, 마요네즈가 식빵에 녹아들지 않고 수분 방지의 제 기능을 수행한다.
뜨거우면 뜨거운 대로, 식으면 식은 대로 그 가치를 발하는 곳이 있다.
갓 구운 빵은 그대로 먹을 수 있어 좋고,
식은 빵은 맛있는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어서 좋은 세상이 빨리 왔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