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퇴사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나정 Dec 28. 2019

퇴사일기 9



어느 날 유난히 싱싱한 대파를 다듬다가

내가 요리를 지금까지 놓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조우할 때 거기서 오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 푸릇푸릇한 생명체를 찬물에 담가 씻기고

흙과 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도마에 올려

잘 드는 칼로 아삭 자르면 설컹하는 생명의 소리.

차오르는 뽀얀 즙.


이 생명체들을 통해 내 손에 생명력이 전달됩니다.

대형마트의 식자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생생한 감동 같은 것들이 밭에서 방금 온 채소에는 있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요리의 끈을 놓지 못하나봅니다.


새해에는 세종시에 작은 로컬푸드 식당을 열 계획입니다.

기나긴 슬럼프를 지나 이제 거의 출구에 다다른 것 같아요.

내년에는 이런 요리의 기쁨, 재료를 통해 오는 생생한 생명력을

가득 채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퇴사일기 8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