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유난히 싱싱한 대파를 다듬다가
내가 요리를 지금까지 놓지 못하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신선한 재료를 조우할 때 거기서 오는 감동이 있습니다.
이 푸릇푸릇한 생명체를 찬물에 담가 씻기고
흙과 껍질을 벗기고, 다듬고, 도마에 올려
잘 드는 칼로 아삭 자르면 설컹하는 생명의 소리.
차오르는 뽀얀 즙.
이 생명체들을 통해 내 손에 생명력이 전달됩니다.
대형마트의 식자재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생생한 감동 같은 것들이 밭에서 방금 온 채소에는 있습니다.
그 순간이 너무 좋아서 아직도 요리의 끈을 놓지 못하나봅니다.
새해에는 세종시에 작은 로컬푸드 식당을 열 계획입니다.
기나긴 슬럼프를 지나 이제 거의 출구에 다다른 것 같아요.
내년에는 이런 요리의 기쁨, 재료를 통해 오는 생생한 생명력을
가득 채우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