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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글이 Apr 04. 2024

고통 없는 사회

 책 리뷰


피로사회로 유명한 한병철 철학자의 코로나 이후 작품. 


"긍정심리학은 고통마저 성과논리에 종속시킨다. 심지어 트라우마 뒤에 오는 성장이라는 말까지 사용되고 있다."



  책의 요지는 이런 느낌이다. 현대사회는 고통을 근원부터 은폐하고, 과장된 긍정성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진실을 회피하고 기계적 성과를 올리는데만 열중하고 있다. 자본가?! 들은 현대인들을 과잉긍정성에 현혹되게 함으로써 사회문제를 개인화하고 혁명을 저지하고 있다. 


  그러한 증상이 만성화된 우울증으로 나타나며 이는 강력한 고통을 잘게 쪼게 인생 전체에 균등화하면서 사회갈등으로 표면화되는 걸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긍정심리학은 이미 벼랑 끝인 개인에게 우울마저 다시 행복으로 변환시키라 강요하는 악마의 심리학인 것이다!


  악마의 심리학ㅋ 너무 나갔나?! 이건 책에 나온 표현이 아닌 그냥 내가 받은 느낌을 비유한 거다. 전반적인 결론은 나도 동의하지만 내가 느끼기엔 어조가 너무 과격한 거 아닌가 싶다. 



  사람들은 자본주의에 중독되어 문자 그대로 영혼을 실시간으로 빼앗기고 있다. 이건 맞다. 



  그런데 니체가 표현한 바를 인용하면(내 나름대로 이해해 본;) 우리는 고통을 강력하게 인정하여 영원회귀 상태에서도 이를 긍정하며 무한반복하는 삶을 받아들일 수 있는 위버멘시가 되는 것이 니체가 주장한 이상향 아닌가? 


  긍정심리학을 단순히 고통을 은폐하기 위한 간사한 술수라 본다면 한병철의 말이 맞지만, 내가 짧게 공부해 본 느낌(아직 더 공부해야 함)은 '긍정의 힘을 믿으세요' 이딴 개소리가 아니다. 오히려 니체철학의 강력한 부정성에서 다시 부활하는 긍정성?! 과 맥을 같이 한다는 느낌이다. 




  그리고 현대인들은 고통을 모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어느 시대보다도 고통에 몸부림치고 있다. 단지 한병철의 말처럼 무의식 아래에 잠겨있어 자신이 고통받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는 것뿐이다. 



  내가 생각할 때 자본주의 황금기는 이미 지났다.(아마 1980년?! 아메리칸드림이 더 이상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 위대한 미국이 끝장난 순간부터 자본주의는 하락세다) 무슨 긍정의 힘, 동기유발이니 뭐니 이런 건 더 이상 MZ세대에게 먹히지 않는다. 아직 그걸로 돈을 벌고 있는 유튜버가 있다면 화술이 대단한 것이고, 이것도 곧 끝물이라 다른 콘텐츠로 옮겨가야 한다는 뜻이다. 



  강력한 빈부격차로 인해 젊은이들은 이에 저항? 적응? 하려고 다양한 창의적인 시도를 해왔다. 예를 들어 한 때 유행했던 욜로족에서 히키코모리, 결혼출산 안 하는 사회까지. 과잉긍정성? 이런 건 욜로보다 앞서 있던 유행 지난 반항방식이다. 


  그렇다. 반항에도 트렌드가 있다.(이러면 또 신자유주의 이러면서 발끈하시겠지만 말이다ㅋ) 과거 마르크스가 말한 방식의 올드한 반항방식, 즉 혁명은 발달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당분간 보기 힘들 것이다. 핵전쟁이라도 나서 리셋되지 않는 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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