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마득히 멀리 떨어진 어느 별은 에너지를 발산한다. 작은 별의 지구, 그 안에 있는 인간의 눈에 잠깐 반짝인다. 에너지는 미약한 전기신호가 되어 신경을 타고 흘러 뇌에 가닿는다. 그제야 ‘별’을 인지한다. ‘별의 순간’은 광활한 우주를 가로질러 티끌 같은 존재에게 가닿아 기쁨의, 위로의, 창작의, 사랑의, 설렘의 순간을 안긴다.
별은 어떻게 빛나 우리에게 와닿을까. 별빛은 탄생 혹은 사멸의 순간 폭발로 뿜어내는 에너지이다. 또는 태양처럼 밝게 빛나는 별이 뿜어낸 에너지가 별에 부딪혀 반사된 에너지이기도 하다. 별의 순간을 말하는 것은 이 에너지가 우리와 부딪혀 만날 때는 뜻하는 것이다. 별의 순간은 나 자체로써 빛나거나, 찬란한 순간이 아니다. 나 아닌 다른 이에게 의미를 전할 때를 뜻한다. 별은 우리가 별이라 부를 때 별이 된다.
정치권에서 ‘별의 순간’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오고 간다. 그 의미는 누군가를 빛나는 자리로 올려놓으려는 행위가 결실을 보는 순간처럼 여겨진다. 정치와 권력의 끝은, 국가의 수장인 대통령이며, 그 권좌에 올라서는 순간이 온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은 수많은 이들의 염원과 성원이 모여야 할 수 있다. 우리 정치의 ‘별의 순간’은 ‘별’이 수많은 이들에게 가닿아 의미를 발하는 것과는 반대로 무수한 뜻이 모여 하나의 존재를 추켜세울 때를 뜻한다.
별의 순간이 탄생의 순간인지, 사멸의 순간인지, 혹은 존재 그 자체인지 맨눈으로는 알 수 없다. 어떤 별이냐에 따라 앞으로 우리가 더 볼 수 있는지, 이 순간으로 끝이 날지 판가름 난다. 인간은 그 순간 자체를 기억하고 끝낸다. 촛불이 광화문을 가득 채운 그날이 그랬고, 수많은 마이크에 둘러싸여 신조어를 외친 순간이 그러했다. 촛불로 빛난 별의 순간은 서서히 저물어간다. 대척점으로 피워낸 별의 순간을 아직 알 수 없다.
각자 별의 순간이 찾아왔다고 아우성친다. 별이라고 먼저 외쳐야 사람들이 그를 별이라고 인식할 것이라는 심산이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별의 순간은 국민이 선택한다. 태양에 반사되어 빛을 낸 것은 아닌지, 사멸의 마지막 순간의 ‘빅뱅’은 아니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국민이 선택했기에 국민에 의해 별의 순간이 끝날 수 있다. 별을 별이라고 부르지 않는다면, 그저 눈에 비친 작은 반짝임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