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민 교수의 ⸢공부란 무엇인가⸥를 읽고
'추석이란 무엇인가' 김영민 교수의 글 중 대중적으로 가장 유명한 칼럼일 것이다. 칼럼의 마지막, "칼럼이란 무엇인가"로 맺는 문장은 김영민 교수가 그 칼럼을 어떤 마음으로 썼을지 짐작할 수 있다. (교수 본인... 도 쓰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일이란 그런 거니까)
특유의 삐딱한 시선과 강렬한 통찰이 뇌리에 남는다.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책의 제목을 선정함에 있어서도 출판사가 본인의 칼럼에서 따왔다며 불만을 내뱉기도 한다. 그러면서도 크게 저항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함께 하는 건 귀찮음과 학자로서의 책임의식이 함께 발현된 것임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다.
책은 대학생이라면, 대학원생이라면 어떠한 공부를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하는지, 우리 사회에서 고등교육이 가지는 기능을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여러 사례와 적절한 비유를 통해 편하게 읽을 수 있지만 아주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구성돼있다.
전반부 논술문을 쓰는 법을 직접적으로 제시한다. 여타 글쓰기 강의 서적과는 궤를 달리하지만, 대학생 그것도 인문대생들이 과제용 글을 쓰거나 나아가 소논문을 작성할 때 꼭 필요한 필수요소를 담고 있다. 일정 부분 저자가 학생들로부터 답답함을 느낀 지점을 속속들이 짚어준다. 그래서인지 나를 향한 글이 아님에도 비수에 찔린 듯 아파올 때가 있다. 글의 주제를 선정하고, 독자를 산정하고, 논리를 구성하며 알맞은 사례와 적절한 비유를 잘 가져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써내는 일은 지난한 과정임을 치하하면서도 현재 고등교육 시스템이, 그리고 대학생들이 얼마나 공부를 소홀하게 취급하는지 적나라하게 지적한다. 심지어 대학원에서 발표되는 각종 논문 조차 작가의 시선에서는 아쉬움으로 남는 듯 하다. 그럼에도 대학생의 가능성을 끊임없이 존중하며 공부에 더욱 정진할 것을 그 순간에 집중하고 최고의 성과를 쟁취하라고 자극한다.
김영민 교수에게 '공부'란 무엇일까. 공부란 아침에 눈을 뜨면 스트레칭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시간을 내서 걷기, 조깅 등의 운동을 하며 신체 리듬을 온전하게 유지하는 것과 같다. 대학생과 대학원생이라면 무릇 이러한 삶의 방식을 체화하고 연구와 공부에 끊임없이 매진해야 하는 것이다. 저자는 공부를 잘하는 법, 연구를 훌륭하게 해내는 법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나서 든 생각은 국영수 위주로 예습 복습을 철저히 했다는 수능 만점자의 공허한 인터뷰처럼 느껴진다. 내가 더 이상 학문 공부를 온전히 수행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을 대학생 1, 2학년에 읽었다면 그리고 지금처럼 진지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면 기꺼이 대학원생의 길에 들어섰을 것 같다. 대학원생은 대학생 시절 '원죄'를 저지른 이들이 가는 곳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아마도 그 원죄를 기꺼이 짊어지려 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어쩌면 이 책은 골고다 언덕을 오르는 대학원생에게 조금 더 편하게 오르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참고서일 수도 있다.
친절하면서 불친절하고 다 가르쳐 주는 것 같으면서 결국 스스로 깨우쳐야 하는 책.
'공부란 무엇인가'_ 네 스스로 알아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