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T 1. 시작의 실패 01
나다.
부끄럽지만, 내가 그 사람이다.
네이버 블로그, 티스토리, 브런치, 워드프레스. 플랫폼을 가리지 않았다. 여행 블로그, 독서 블로그, 재테크 블로그, 일상 기록, 맛집 리뷰. 주제도 가리지 않았다. 그렇게 만들고 버린 블로그가 스무 개다. 지금 살아남은 건 단 하나도 없다.
어떤 건 글 세 개를 올리고 사라졌다. 어떤 건 한 달을 버티다 조용히 방치됐다. 어떤 건 개설만 하고 첫 글도 쓰지 못했다.
새 블로그를 만드는 날은 이상하게 설렌다.
깔끔한 스킨을 고르고, 블로그 이름을 몇 시간씩 고민하고, 소개 글에는 유독 공을 들인다. '주 3회 업로드를 목표로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라고 썼던 그 문장이, 결국 마지막 글이 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만, 그때는 진심이었다. 정말로 이번엔 다를 거라고 믿었다. 매번.
나는 블로그로 성공한 사람이 아니다.
화려한 월 수익을 자랑할 수도 없고, "저도 처음엔 0명이었어요"로 시작하는 성공 스토리를 쓸 자격도 없다. 하지만 한 가지는 자신 있다. 실패에 관해서라면, 나는 꽤 많이 알고 있다.
20번을 실패하면서 깨달은 게 있다. 실패에는 패턴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패턴을, 생각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똑같이 반복하고 있다는 것.
20개의 블로그를 천천히 돌아봤을 때, 모든 실패의 출발점에는 딱 하나의 공통점이 있었다.
왜 쓰는지를 몰랐다.
독자가 누군지,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이 블로그가 1년 후 어떤 모습이길 바라는지. 아무것도 정하지 않고 시작했다. 그냥 하고 싶어서. 남들도 하니까. 뭔가 될 것 같아서. 그 막연함이 블로그를 만들었고, 그 막연함이 블로그를 죽였다.
방향 없이 달리는 건 달리는 게 아니다. 그냥 소진이다.
이 글은 그 패턴을 하나씩 꺼내서 쓰는 기록이다.
블로그를 시작하려는 사람, 시작했다가 멈춘 사람, 지금 이 순간 '왜 나는 안 되지?'라고 스스로를 의심하는 사람. 그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한다.
정답을 아는 척하지 않겠다. 다만 틀린 길은 많이 가봤다.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블로그를 시작하고 싶은 당신에게 하나만 묻고 싶다.
지금 만들려는 그 블로그는, 누구를 위한 공간인가.
이 질문에 바로 답하기 어렵다면, 이 시리즈가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나도 스무 번을 실패하고 나서야 겨우 답을 찾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