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태도 07
요즘 짠테크가 유행이다.
무지출 챌린지, 냉장고 파먹기, 고정비 다이어트. 아끼는 걸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즐기는 사람들이 늘었다. 물가는 오르고 금리는 높고, 그러니 당연한 흐름이기도 하다. 나도 관심 있게 봤다. 그런데 보다 보니 한 가지 질문이 생겼다. 이게 다 절약일까. 아니면 어느 순간부터 그냥 안 쓰는 게 목적이 된 건 아닐까.
아끼는 걸 좋아한다고 말하면 반응이 두 가지로 나뉜다. "대단하다"거나, "좀 짠 거 아니야?"거나. 비슷한 행동인데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힌다. 나도 한동안 이 두 가지 사이 어딘가에 있었다. 아끼긴 했는데, 스스로도 내가 절약을 하는 건지 그냥 쓰기 싫은 건지 잘 몰랐다.
그게 헷갈리기 시작한 건 한 가지 경험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사고 싶었던 물건이 있었다. 비싸진 않았다. 그런데 막상 살 때가 되면 손이 안 나갔다. 며칠을 망설이다 결국 안 샀다. 그리고 오래 후회했다. 아낀 건데, 기분이 좋지 않았다. 그때 처음 생각했다. 이게 절약이 맞나.
절약하는 사람과 구두쇠는 겉으로 보면 비슷하다. 둘 다 덜 쓴다. 하지만 출발점이 완전히 다르다.
절약은 방향이 있다. 더 중요한 곳에 쓰기 위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지금 덜 쓰는 것이다. 그러니 절약하는 사람은 쓸 때 주저하지 않는다. 기준 안에 있는 지출 앞에서는 오히려 과감하다. 아끼는 행위 뒤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쓰고 난 뒤에도 홀가분하다.
구두쇠는 다르다. 출발점이 목적이 아니라 두려움이다. 쓰면 줄어든다는 불안, 지금 쓰면 나중에 없을 것 같다는 감각. 이 두려움은 꽤 집요하다. 써야 할 때도 망설이고, 쓰고 나서도 찜찜하다. 아껴서 잔고가 늘어도 불안은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더 아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두려움은 숫자로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절약하는 사람은 돈을 도구로 쓰고, 구두쇠는 돈에 지배당한다. 행동은 같아 보여도, 돈이 그 사람 위에 있느냐 아래에 있느냐가 다르다.
주변에 유독 돈에 인색한 사람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정작 자신을 위해서도 잘 쓰지 못한다는 것이다. 남에게 베푸는 것도, 자신에게 투자하는 것도 어렵다. 돈이 없어서가 아닌 경우가 많다. 쓰는 행위 자체가 불안을 건드리기 때문이다. 그 불안이 해소되지 않는 한, 잔고가 늘어도 마음은 늘 빠듯하다.
그건 절약이 아니다. 돈에 대한 두려움이 삶의 방식으로 굳어진 것이다.
나는 그 물건을 결국 한참 뒤에 샀다. 별거 아닌 물건이었는데, 사고 나서 왜 진작 안 샀나 싶었다. 그때 기준을 하나 세웠다. 아끼는 이유를 말할 수 있으면 절약이고, 그냥 쓰기 싫은 거라면 한 번쯤 이유를 물어보자고.
아끼는 것의 목적이 삶의 질을 결정한다. 무엇을 위해 아끼는지 알면 절약이 되고, 그냥 쓰기 싫어서 아끼면 삶도 조금씩 좁아진다. 돈을 모으는 것과 돈에 갇히는 것은, 생각보다 종이 한 장 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