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는 왜 이렇게 달콤한가

돈과 태도 06

by 행간 HanggaN

산 직후가 가장 좋다.


택배를 뜯는 순간, 계산대를 통과하는 순간, 결제 완료 화면을 보는 순간. 그 찰나의 기분은 꽤 강렬하다. 뭔가를 해냈다는 느낌, 내가 원하는 걸 가졌다는 만족감.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기분은 오래가지 않는다. 하루, 이틀이 지나면 새로 산 물건은 그냥 내 것이 되어버린다. 특별함이 사라지고, 또 다른 무언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나는 한동안 이걸 의지력의 문제라고 생각했다. 충동을 못 이기는 내가 문제라고. 그런데 아무리 다짐을 해도 비슷한 패턴이 반복됐다.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원래 이렇게 설계된 게 아닐까.


소비가 달콤한 건 의지가 약해서가 아니다. 뇌가 그렇게 반응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언가를 사려고 마음먹는 순간, 뇌에서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정확히는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가 아니라, 손에 넣을 것을 기대하는 순간에 가장 강하게 나온다.


그래서 장바구니에 담아두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쇼핑몰을 구경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이다.


소비의 쾌감은 소유보다 기대에서 온다.문제는 기대가 충족되는 순간 도파민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면 뇌는 다시 다음 기대를 찾는다. 이 구조가 반복되면 소비는 습관이 아니라 패턴이 된다.


예전에 지인이 한 말이 기억난다. "나 요즘 사는 게 별로 없어. 근데 홈쇼핑은 매일 봐."


처음엔 웃고 넘겼는데, 생각해보니 그게 꽤 정확한 자기 관찰이었다.


소비 욕구의 상당 부분은 실제로 물건이 필요해서가 아니라, 그 기대감 자체를 즐기는 것이었다. 사는 것보다 보는 것에서 이미 상당한 만족을 얻고 있었던 것이다.


소비를 줄이고 싶다면, 욕망을 억누르는 것보다 먼저 이해하는 게 맞다.


지금 이 구매 충동이 진짜 필요에서 오는 건지, 아니면 뇌가 도파민을 원하는 건지. 그 질문 하나만 습관적으로 던져도 소비의 결이 달라진다.


욕망을 부정하면 더 강해진다. 억누를수록 반동이 커진다. 하지만 이해하면 다룰 수 있다.


내가 왜 이걸 원하는지 알면, 적어도 그 욕망에 끌려다니지는 않게 된다.


소비는 나쁜 게 아니다. 다만 그 달콤함의 정체를 알고 쓰는 것과 모르고 쓰는 것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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