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과 태도 12
투자를 처음 시작한 건 2025년 10월이었다.
당시 국내 증시가 가파르게 오르던 시기였다. 너도 나도 수익을 냈고, 투자를 안 하면 손해라는 말이 돌았다. 나는 그 분위기 속에서도 나름 원칙을 세우고 시작했다. AI의 도움을 받아 여러 자산에 나눠 담는 분산 포트폴리오를 설계했다. 복리가 천천히 쌓이도록, 흔들리지 않는 장기투자의 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주변이 시끄러워지기 시작했다.
불장이다, 삼성전자가 오른다, 지금 안 사면 늦는다. 너도 나도 수익 인증을 올리는 시기였다. 내 포트폴리오는 조용히 제 역할을 하고 있었지만, 주변의 소음이 자꾸 귀에 들어왔다. 분산해두면 수익이 희석된다는 말도 다시 떠올랐다. 지금 이 흐름에 올라타지 않으면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았다.
결국 원칙을 깼다. 정성껏 설계해둔 포트폴리오를 뭉개고, 한 곳에 집중했다. 확신이 있었다. 적어도 그 순간만큼은.
결과는 씁쓸했다. 너도 나도 이득을 보는 시장에서 나는 겨우 원금을 지켰다. 그리고 2026년 초,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원유 가격이 출렁이자 시장이 흔들렸다. 분산되어 있었다면 버텼을 충격이었다. 하지만 나는 한 곳에 몰아둔 상태였고, 결국 원금마저 지키지 못하게 됐다.
처음 세웠던 원칙으로 끝까지 갔다면 어땠을까. 그 질문이 한동안 머릿속을 맴돌았다.
분산투자의 표면적인 이유는 리스크를 줄이는 것이다. 한 곳이 무너져도 다른 곳이 버텨준다.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오래된 말이 바로 그 이야기다. 그런데 직접 겪고 나서 알게 된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분산은 마음을 지키는 방법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한 곳에 모든 걸 걸면, 그 한 곳의 움직임이 곧 나의 감정이 된다. 오르면 안도하고, 내리면 불안해진다. 판단이 감정에 끌려다닌다. 분산하면 어느 하나가 흔들려도 전체가 무너지지 않는다는 걸 알기 때문에, 개별 움직임에 덜 흔들린다. 불안이 줄어드는 만큼 판단도 차분해진다.
불안한 사람일수록 한 곳에 집중하고 싶어 한다. 역설적이게도. 확실한 것 하나에 기대면 불안이 줄어들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투자에서 확실한 것은 없다. 확신은 감각이지 사실이 아니다. 나는 그걸 원금을 잃고 나서야 제대로 배웠다.
분산투자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이 아니다. 불확실한 세계에서 흔들리지 않고 오래 버티기 위한 전략이다. 그래서 불안한 사람에게 더 필요하다.
이건 투자 밖에서도 똑같이 작동한다.
한 가지 일에만 모든 의미를 두는 사람은 그것이 흔들릴 때 같이 무너진다. 한 사람에게만 모든 감정을 기대는 관계는 그 사람이 없으면 공허해진다. 한 곳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것, 삶의 무게를 여러 곳에 나눠두는 것. 그게 단순히 투자 원칙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지혜인 이유다.
한 곳에 모든 것을 걸지 않는 사람은, 어느 하나가 흔들려도 삶 전체가 기울지 않는다. 분산은 포기가 아니다. 오래 가기 위한 선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