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허락받은 결혼 아니야?(3)

상견례 준비하기③

by 눅눅한과자

상견례 날짜만 정했다고 준비가 끝난 것은 아니었다. 상견례 장소 역시 중요한 문제. 다행히 이 부분은 처음부터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가 정한 호텔 결혼식장의 계약조건에 식사 제공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장소는 호텔 1층의 식당으로, 독립된 룸에서 제공해 준다고 했다.


본래 이 서비스가 상견례를 위한 목적은 아니라고 한다. 호텔 결혼식을 하려면 하객에게 제공할 식사의 종류를 고를 수 있는데(우리의 경우엔 한식/중식/양식을 선택할 수 있었다), 결정을 돕고자 직접 시식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다. 다만, 따로 장소를 알아보는 것도 힘들뿐더러 호텔 식당이면 음식의 질이나 분위기도 보장되고 하니 많은 커플들이 상견례 겸 그 기회를 이용한단다.


그러나... 내가 너무 쉽게 생각한 것일까. 예기치 못한 난관에 부딪혔다. 여자친구는 호텔 서비스를 상견례 자리로 이용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은 모양이다. 별다른 고민 없이 장소를 제안한 내 태도가 문제였다. 집안과 집안 사이의 중대사를, 다른 대안도 없이, 음식 시식과 겸사겸사 진행하는 것이 제대로 된 대접을 못 받은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이번에도 끈기를 발휘해서 그녀를 설득하기 시작했다. 남들은 애써 돈과 노력을 들여서 호텔에 예약한다, 나도 다른 곳을 안 알아본 게 아니다, 한식집 중식집 다 알아봤는데 여기가 제일 낫더라, 보통 부모님들이 당사자보다 하객들 식사에 더 신경 쓰는데, 미리 보여드리며 당신들께서 메뉴를 결정하게 하는 것이니 오히려 좋은 기회 아니냐... 역시나 그녀는 전혀 납득했다는 표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미 상견례 날짜 선택 과정에서 너무나 지친 탓인지, 아니면 내 노력이 가상 해서였는지 “알았어”라는 짧은 말로 더 이상 논쟁을 이어가지 않았다.


시간과 장소를 정하고 나자 별다른 논란 없이(물론 상견례에만 국한해서) 금세 상견례 당일이 되었고, 드디어 양가는 주말 점심시간에 맞춰 조우할 수 있었다. 우리 가족은 부모님, 형과 형수, 여자친구 쪽은 부모님과 남동생이 참석하여 총 9명이었었다. 상견례는 분위기는 크게 모나거나 흠잡을 데 없이 무난하게 진행되었다. 상대에 대한 흔한 덕담, 본인 자녀들에 대한 흉을 가장한 자랑, 간혹 분위기가 무거울 때쯤 위트를 발휘하는 형제들. 그리고 결혼식 식사 메뉴를 고른다는 목적도 있었기에 코스 요리가 하나 나올 때마다 음식평가를 겸한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져 어색할 새는 없었다. 그 간 무슨 일이 있었든 간에 2시간에 걸친, 준비과정부터 따지면 두어 달 동안 나를 괴롭힌 상견례는 그렇게 무사히 끝났다.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렇게 상견례 날짜 가지고 다들 집착했는지 몰라” 잠깐의 회상을 동반한 침묵 끝에 내가 말했고,




“왜? 난 그럴만했다고 생각하는데. 난 여전히 그게 기분 나쁠만한 일이라고 생각해” 아내가 단호하게 대답했다.



“휴... 그래, 결혼했다고 사람 생각이 변하겠니. 그래도 상견례 덕분에 ‘결혼 준비하는 남자들이 절대 해서는 안 될 착각’ 중 No.3을 깨달았지.”


“그게 뭔데?” 정말 궁금했는지 아내의 말투가 한결 온화하게 변했다.


“ ‘이 정도는 안 물어보고 내가 정해도 되겠지’ 야. 내 딴에는 지극히 일반적이라고 생각해서 그 자리에서 대답하거나 결정하는 거거든. 예컨대 상견례 장소도 경제적으로나 분위기 면에서 좋다고 생각해서 호텔로 잡은 거고. 근데 아무리 사소한 것도 나중에 모두에게 물어보지 않고 한쪽 말만 듣고 통보하면 꼭 문제가 되더라고. 그냥 결혼 준비할 때 남자는 회사 신입사원이라고 생각하면 되는 거 같아. 상사들 비위 다 맞춰야 되는 거지.”

“그걸 이제 알았어? 이제 좀 철들었네? 그래서, 그게 세 번째면 나머지 두 개는 뭐야?”


“그건 차차 알려줄게. 오래전 일이라도 고생한 남편 칭찬 좀 해주지?”


처음 심각했던 분위기와 달리, 한결 훈훈해진 분위기로 마무리돼서 다행이라 생각한 결혼 4년 차 남편이었다.


결혼 전, 상견례라 함은 왠지 전통이 느껴지는 한정식집에서 해야 할 것 같은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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