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이 날개라고? 아니, 옷이 원수지(1)

한복 맞추기 ①

by 눅눅한과자

“돌상 오케이, 스냅사진 오케이, 아기 한복은 빌리고... 우리는 이거 그대로 입는 거지?”


아기의 돌잔치를 준비하던 중, 결혼식 때 맞췄던 한복을 수년 만에 꺼내며 내가 말했다.


“응, 그럼. 이것 봐 봐! 그때 입고 한 번도 안 입어서 완전 새 거야.” 아내도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이었다.


“이 한복도 참... 다사다난했지." 짐 챙기던 중이란 사실도 망각한 채, 어느새 나도 같이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시간을 거슬러 때는 다시 여름, 상견례 얘기가 이제 막 나오기 시작했을 무렵이다. 스튜디오 촬영이 11월 초에 예정되어 있었기에 촬영 일정에 맞춰 다른 모든 스케줄을 조 율하 기 시작했다. 일단 촬영 때 무엇을 입을지가 문제. 일단 신부는 ‘스드메’ 준비 과정에서 준비한 드레스를 입는다. 그리고 신랑은 결혼식 때 입을 정장을 미리 구매해서(물론 빌리셔 입거나 기존에 가지고 있던 옷을 활용하기도 한다) 입는다. 예전엔 한복도 거의 필수품으로 여겨졌지만, 요새는 생략하는 경우도 많단다.

우린 남들이 한다는 건 다 하기로 했다. ‘일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이란 마법의 단어 때문이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뭐 하나 소홀이 하거나 생략했다가 누가 서운해할지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결국 준비해야 할 의상은 이미 예정된 ‘드레스 투어’에서 고를 신부 드레스 외에도 신랑인 내가 입을 양복 정장과 둘이 입을 한복이었다.


먼저 한복을 알아보기로 했다. 한복의 용도는 크게 두 가지. 스튜디오 촬영 때 한 번, 결혼식 피로연 또는 폐백(시댁 일가친척에게 신부가 인사하는 혼례의식. 과거엔 결혼식 후 신랑 집에 방문하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근래엔 편의를 위해 결혼식장에서 본식 후에 따로 장소를 잡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때 한 번 입을 기회가 있다. 때문에 한복을 대여하는 커플도 많다곤 하지만, 대여 비용도 만만치 않았고 이때 아니면 언제 한복을 맞출까 싶어 우린 맞춤 제작하기로 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각자 후보 업체 선정해 오기. 주변에서 여기저기 추천해 주긴 했지만 내가 제시할 후보는 처음부터 거의 정해져 있었다. 바로 형(첫 회부터 자주 등장하던 내 친형) 결혼식 때 형과 형수, 그리고 양가 어머니들이 한복을 맞춘 곳이다. 전통시장에서 오랜 세월 영업 중이라는 이 한복집은 어머니 지인이 추천해 단골이 된 곳이라고 한다. 원래 공연용 한복을 전문으로 하는 곳이라 솜씨도 좋고, 고급 원단을 쓰는 것 대비 가격도 저렴하다나. 흔히 신혼부부들이 많이 가는 청담동 한복집과는 비교가 안된다는 설명과 함께.


사실 그 집이 얼마나 솜씨가 좋은 지엔 관심 없었다. 좋은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차피 신랑 신부 말고 양가 어머니들 한복도 해야 하는데(혼주인 어머니들은 결혼식 때 한복으로 드레스코드가 정해져 있으므로 필수다), 마침 본인이 원하는 데가 있으시다니 한복에 문외한인 내 입장에선 굳이 다른 데서 할 이유가 없었다.

한편, 여자친구도 청담동의 한 한복집을 찾아왔다. 사진을 보니 그녀의 성격답게 한눈에도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그리고 내가 알아온 가게보다는 자신이 선택한 곳에서 한복을 맞추고 싶단다. 어차피 우리가 한복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는데 얼마나 좋은 원단을 쓰는지 알 길이 없을뿐더러, 회사생활도 바쁜데 가격이 다소 차이 나더라도 최대한 편리하고, 대접받으면서 결혼 준비를 하고 싶단다. 아닌 게 아니라 시장에 위치한 한복집은 집과 거리도 멀뿐더러, 피팅을 위한 공간도 마땅치 않아 보이긴 했다. ‘가성비’ 측면에서 조금 고민하긴 했으나 어차피 한번 하는 결혼에 돈 몇 푼이 뭐가 대수일까, 여자친구 말에 따르기로 했다. 어차피 스드메 준비 때도 내가 잘 모르는 분야에 고집 피우기 보단 잘 아는 사람 말을 듣는 게 낫다고 생각했었으니까.


다만 한 가지 간과한 게 있다면, 스드메와 달리 이번엔 어머니들도 관련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차이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했다.


색감 비교한다고 열심히 골랐던 한복 원단. 지금 봐도 어떤 원단이 좋은 것인진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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