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디서 결혼해?(1)

D-day 정하기

by 눅눅한과자




''아직도 그때 거기서 결혼 못한 거 서운해?''

TV를 보고 있는 아내에게 물었다. 아마도 멜로드라마인 것 같았다. 스크린 속에선 선남선녀가 결혼식장의 화려한 샹들리에보다 밝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국내에 저런 곳이 있나 싶을 정도로 이국적이고 매력적인 장소였다. 그래서 거실의 다른 한쪽을 차지하는 우리의 결혼사진에 눈이 갔었나 보다.


''음~~~ 쫌? 그래도 나 우리가 결혼한데 괜찮았어. 엄마 아빠도, 하객들도 좋아했고.''


''아직도 아쉬워? 하하.. 그래도 저거 봐봐, 우리 사진 진짜 예쁘지?''

고작 1~2년 전이지만 지금의 우리와는 사뭇 달라 보이는 신랑 신부 사진을 가리키며 나는 훈훈하게, 하지만 재빨리 대화를 마무리하고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예상 밖이었다. 평소에 빈 말 일지언정 듣기 좋은 소리를 해주는 성격의 아내라 더 그랬는지 모른다. 조금 속상했다. 어딘지 모를 드라마 속 식장 수준까진 아니어도 내 기준에선 꽤나 돈도 들였고, 결혼식 후 만나는 사람마다 예뻤다고 칭찬했기에 나는 그녀의 대답을 제 멋대로 예상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연애 시작 후 채 6개월이 안 돼서 우리는 서로의 집에 인사를 갔다. 이미 30대에 접어든 소위 '결혼 적령기'라 불리는 나이대 기도 했고, 둘 다 굳이 결혼을 늦게 할 생각도 없었다.


그리고 바로 결혼식 장소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인터넷 검색 결과와 지인들의 조언이 모두 한결같았다. 우리가 결혼하려는 4월은 극 성수기라 늦어도 6개월, 빠르면 1년 전엔 식장 예약을 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초여름에 접어든 6월, 우리는 아무런 사전 지식도 없이 결혼 준비를 시작했다.


요새는 날씨가 더워 5월이 아닌 4월의 신부가 유행이란다. 4월엔 원하는 날 식장 잡기도 힘들고 비용도 많이 든다 했다. 그럼에도 우린 다음 해 4월 말을 D-day로 정했다. 꽃피는 봄에 대한 로망이 있어서도, 5월 초 황금연휴가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녀나 나나, 식당 하나를 골라도 사람 많고 붐비면 다음 기회로 미루는 성격인데 하물며 결혼을 남들과 경쟁해야 하다니!


단지 서로의 사정으로 안 되는 날짜를 제외하다 보니 가장 빠른 시기가 4월이었을 뿐이다. 3월은 회사 일 때문에 그녀가 안된다고 했다. 곧 연중 가장 큰 이벤트가 있다나. 외국계 회사 특유의 경쟁적인 조직 문화와 일에 대한 그녀의 욕심을 잘 알기에 그 달은 포기했다. 1~2월은 우리 집에서 반대했다. 교사이신 어머니는 3월에 교장으로 승진 예정이셨다. 겨울방학 때 선생님들 부르기도 미안하고, 이왕이면 한 기관의 장(長)이 된 뒤 아들을 결혼시키고 싶은 당신의 욕심을 이해해 달라 하셨다.


12월은 너무 촉박했다. 5개월의 시간은 이제 막 결혼 이야기를 시작한 우리에게 너무 가까운 미래였고, 결혼식장에 대한 선택지도 많지 않았다(한 살이라도 덜 먹었을 때 결혼하려고 12월 결혼이 인기라는 사실도 그때 알았다). 그녀는 이해가 안 간다고 했다. 올해 12월이라도 까짓 거 4~5 달이면 결혼 준비하나 못하겠냐, 우리 인생인데 부모님 사회생활과 무슨 상관이냐,라는 말을 하며 서운함을 표시했다. 그렇게 결혼의 첫 준비부터 우리는 갈등과 언쟁을 거쳐, 4월 말이란 타협점을 찾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미리 깨달았어야 했다. 결혼 준비에는 결혼할 남자, 즉 예비 신랑의 의사 따위는 들어갈 여지가 없다는 것을. 나의 가장 큰 역할은 신부를 포함한 이해당사자들의 의견 중재라는 것을.


KakaoTalk_20210819_192004018.jpg 내년도 꽃피는 봄날의 결혼식을 위해, 우리는 올해의 꽃이 채 지기도 전에 결혼 준비의 첫 발을 내디뎠다.



keyword
이전 02화Prologue -우리 결혼준비 언제 시작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