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쯤 결혼하면 좋겠다’라는 생각만 가지고 준비를 시작한 우리는 정말 아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동안 무수히 많은 커플이 탄생하는 걸 보며 왜 한 번도 결혼 준비 과정이 궁금하지 않았을까 의문이 들 정도였다. 식당 가서 맛있는 요리를 먹으며 이걸 어떻게 만드는지 궁금해하지 않은 것처럼.
그동안 하객으로 가본 결혼식을 떠올려 보며 두서없이 식장 이름을 포털 사이트에 검색해 봤다. 그리고 생각했다. '이 사람들은 왜 이렇게 비밀이 많지?.. '글 하나 조회해 보려면 온갖 카페에 가입해야 했고, 개인 블로그엔 화려한 사진만 도배돼 있을 뿐, 정작 알고 싶은 내용은 없었다. 궁금한 건 비밀 댓글로 문의하란다.
주변 사람들, 특히 남자들은 나를 자못 신기해했다. 여자친구(당시엔 결혼 전이므로)가 가자는데 따라가면 되지 왜 네가 벌써부터 결혼식장을 찾느냐 했다. 아닌 게 아니라 SNS는 온통 여자들이 올린 후기로, ‘오늘 예랑이(예비신랑) 데리고 00에 갔다 왔어요’라고 약속이나 한 듯 비슷하게 시작됐다.
내가 이렇게 열심히 결혼 준비에 뛰어든 건 그나마 내가 여자친구보다 배경지식(?)이 많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결혼 준비 까짓 거 3개월이면 충분하지 않냐고 말하던 그녀다. 준비 과정을 하나의 재미이자 즐거움으로 여기던 내 주변 여자들과 달랐다. 남자친구 하는 꼴이 답답해서 ‘내가 알아보고 말지’라고 체념하던 이들과도 달랐다. 그녀의 현실 감각을 고려했을 때 혼자 알아보게 놔두면 힘에 부쳐할게 뻔했다. 물론 사랑하는 남녀가 누릴 수 있는 최대의 호사스러운 이벤트를 같이 준비하며 꽁냥 대고 싶은 내 바람도 한몫했지만.
준비를 하며 한 가지 놀라웠던 건 이상할 정도로 사람들은 남의 일에 관심이 많고, 뭔가에 화가 나 있다는 점이었다. 누군가는 단 몇 시간을 위해 수 천만 원의 돈을 쓰는 사람들을 허영심에 가득 차 있다고 비난했고, 누군가는 당사자의 속사정도 모른 채 신랑 신부가 서로에 대한 배려심이 없다고 욕하기도 했다.
다행히 여자친구와 나는 큰 틀에선 생각이 맞았다. 누가 봐도 화려한 고급 식장까진 아니어도,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식(나중에 이 말은 마법의 단어가 된다) 너무 아끼진 말자는 의견이었다. 둘 다 평범한 직장인으로 고소득자는 아니지만 월급 착실히 나오는 건실한 회사에 다니고 있고, 양가에서 약간의 지원은 해 줄 수 있었으니까.
그 결과 ‘합리적인’ 가격의 호텔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딱히 대단한 이유가 있었던 건 아니다. 나에겐 두 살 많은 형이 있는데, 3년 전쯤 서울의 한 호텔에서 결혼했기에 나도 막연히 비슷한 곳에서 결혼하겠거니 생각했을 뿐이다. 그녀는 아예 참고 대상이 없었다. 신기하게도 그녀 또래의 가까운 친척, 친구, 회사 동료 중엔 결혼한 사람이 전무했다. 다만 드문드문 결혼식에 다녀보니 호텔의 분위기가 좋아 보였다고 했다. 나 또한 30분이면 식이 끝나고 하객들은 식당으로 바로 흩어지는 예식장 결혼식이 조금 허무하다고 생각했기에 이견이 없었다.
그렇게 고른 최종 후보지는 형이 결혼했던 서울 중심부의 A호텔과 강남의 B호텔, 그리고 강남권의 C 웨딩홀이었다. 갑자기 웬 웨딩홀이냐 묻는다면, 그녀가 인터넷을 검색하다 강력하게 ‘꽂힌’ 곳이기 때문이다. 결혼식에 대한 그녀의 몇 가지 로망을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것 같다기에 투어 리스트에 추가했다. (이것저것 알아보러 다니는 과정에 다 ‘투어’란 명칭이 붙는 것도 이때 알았다. ‘드레스 투어’, ‘예식장 투어’, ‘예복 투어’.......)
가장 먼저 A호텔에 전화했다. 형 덕분에(?) 익숙하기도 하고, 지인이 근무하고 있어 ‘투어’가 처음인 우리에게 이것저것 친절히 설명해 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한 가지 기억나는 사실은, 결혼이 10개월 가까이 남은 상황에서 이런 전화를 벌써 해야 되나, 유난스러운 건 아닌가 생각하던 나에게 상담원이 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