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어디서 결혼해?(3)

결혼식장 정하기②

by 눅눅한과자


그렇게 7월의 어느 날부터 우리는 결혼식장 후보지를 방문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장소는 A호텔. 전화를 하고, 날짜와 시간을 잡고, 예약 시간에 방문했다. 인터넷 검색을 하며 느꼈던 막연함과는 달리 예약 과정은 너무도 수월했다. 그리고 당일, ‘연회예약실... 연회예약실....’. 목적지를 중얼거리며 호텔 로비에 들어섰다. 회사 행사, 숙박, 남의 결혼식 등으로 왔을 때는 있는지 조차 몰랐던 낯선 장소를 찾다 보니 익숙한 풍경도 생경하게 다가왔다. 마침내 복도 한편의 사무실 같은 장소를 발견하고 매니저라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상담을 시작했다.


정신이 없었다. "하객은 몇 명 예상하세요?"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식사는 어떻게 할지, 꽃장식과 연주는 어떤 걸 선택할지, 하객을 위한 떡과 국수 추가 여부와 폐백을 할지 말지까지... 당황한 나는 마치 식당 메뉴를 고르듯 직원에게 추천을 부탁하고, 남들은 일반적으로 어떻게 하냐는 질문을 남발하며 적당히 옵션을 선택했다.

다행인 것은 여자친구는 얼떨떨한 나와 달리 제정신(?) 같아 보였다는 점이다. 회사에서 종종 대형 행사를 기획한 경험이 있어서인지 여러 가지 선택지에 대한 장단점을 물어보고, 서비스 중 꼭 필요한 것과 아닌 것을 구분했다. 어차피 대충 견적만 보는 거라 미리 너무 세세히 따질 필요는 없다는 그녀의 말이 그렇게 든든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우리의 선택이 서식에 입력되고, 몇 퍼센트를 특별 할인했다는 매니저의 말과 함께 견적서를 받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실제 결혼식 홀에도 가보았다. 식장은 마침 당일 행사 준비가 한창이었다. 모르는 이가 백년가약을 맺는 축제에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되어 식장을 두리번거리는 내 어색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직원분의 설명은 계속되었다. 지금 저분들은 이렇게 세팅했는데, 신랑님이 선택하신 대로 하면 여기가 어떻게 바뀐다, 또 저쪽은 저렇게 바뀔 거다... 최대한 머릿속에 이미지를 그려보려 노력했지만 내가 미적 감각이 없는 건지, 아니면 상상력이 부족한 건지 그 설명이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뭔가를 알았다는 듯한 여자친구의 모습과는 사뭇 달리.


생애 첫 결혼식장 투어였지만 큰 감흥은 없었다. 마치 사회생활 초년 때 보험설계사를 만나 상담받은 느낌이랄까. 우리의 선택은 앞에 원(₩) 자를 붙인 채 숫자가 되었고, 그 숫자들은 A4 용지 한 장으로 요약됐다. 내가 받은 견적이 좋은 조건인지 확인할 길은 없었지만, 막연하게 예상하던 호텔 결혼식 비용만큼은 아니라 나름 안도하며 집에 돌아왔다.


A호텔을 방문한 이후 몇 군데를 더 가봤고, 이로써 진정한 ‘투어’가 완성되었다. 강남의 B호텔과 당초 예정에 없었던 D호텔 사무실에 앉아 같은 과정을 반복했다. 물론 갈수록 적응이 되어 마음의 여유는 조금 더 생겼지만.


사건은 여자친구의 로망이라던 C 웨딩홀을 둘러보고 나서 발생했다. 우리 결혼준비의 첫 갈등은 그렇게 시작됐다.


결혼식장을 실제로 둘러볼 기회는 생판 모르는 남의 결혼식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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