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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찌네형 May 17. 2023

[회사생활백서 #33] 나를 필요로 하게 만들면....

일을 잘하는 사람과 내 말을 잘 듣는 사람

무식하게 일할 때는 그랬다. '누가 시키기 전에 먼저 예측하고 행동하고 성과를 내면 회사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라고 말이다. 이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나는 이런것들보다, 결국 당신의 평가자가 당신을 필요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본다. 


분명 회사에서는 일을 잘하는 사람이 있다. 누가 어떤 일을 맡겨놔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있지만, 그런 사람들이 꼭 내 말을 잘 들을 것이란 건 착각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자신만의 방법이 있고, 그런 방법이 차곡차곡 쌓이면서 나름의 노하우로 일을 처리할 경우가 생기게 되는데, 그 일의 성공과 실패와는 상관없이, 그 방법이 윗사람과 궁합이 맞냐 안 맞냐는 별개이다. 


사실 회사 내에서 우수사원이 되고, 포상도 받고, 저 멀리 회삿돈으로 유학도 다녀온 사람이 꼭 회사에서 잘 나가고 임원이 되란 보장은 없다. 또한,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 40대 이후에 내쳐지는 것을 수도 없이 많이 봐왔다. 제 아무리 유수의 대학출진, 어떤 박사타이틀을 가지고 있어도 내쳐지는 것은 한순간이다. 나의 과거의 영광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내 지인 중에 자신이 엄청 유명한 고등학교를 나왔다고 말하던 사람이 있었다. 실제로 지금도 고등학교로 탑 10위안에 들어가는 명문이다. 물론 자부심은 대단했다. 다만, 지금은 40대 평범한 팀원으로 전락했다)


사실 이것은 시스템의 문제이다. 제아무리 엄청난 인사시스템을 가지고 있어도, 결국 회사 내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연줄, 그것이 학연, 지연, 혈연일지언정, 우리는 그들을 이길 수 없다. 내 경험에도, 정말 일을 못하는 사람, 밑에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이, 작년에 팀장이 되더니, 2년 만에 임원이 되는 케이스를 봤다. 저 사람의 매력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니, 결국, 그 사람을 평가하는 그 위에 있는 사람의 판단이 제일 중요하며, 그 윗사람은, 이 일 못하는 사람이 [필요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그게 무엇일까는 사실 잘 모르겠다. 개개인의 호불호와 관련되니, 뭐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회식을 잘 따라다녔나?? 골프를 자주 쳤나?? 밑에 애들을 갈궈서, 필요한 내용을 잘 전달해줬나??....


해서, 이제 갓 회사에 입사하는 사람들, 혹은 조금 회사생활을 한 사람들 입장에서 회사생활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의문이 있다면, 그냥 묵묵히 튀지 말고 내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지금 와서 보니, 진급한 사람들의 면면이 꼭 실력이나 실적보다는, 그렇지 않은 경우도 허다하더라....라는, 나와 내 주변의 의견을 종합해 본 결과이다. 정말 회사에서 크게 한자리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누가 진급할 사람인지 유심히 지켜보고 그 사람의 주변을 맴돌길 바란다. 소위말해 회사 내에서 근절되어야 하는 정치이긴 하지만, 이게 없다고 누가 단언하겠는가.... 결국, 내가 다루기 편한사람을 데려가게 되는 것이다. 


열심히 할 필요 없다. 어차피 그 일은 나를 위한 게 아니라 회사를 위한 것이고, 당신들은 노동력에 합당한 월급만 받으면 된다. 너무 일을 안 해서 튈 필요도 없지만, 그렇다고 너무 일을 찾아 하려고 튀는 것도 금물이다. 그런 것보다 나를 끌어주는 사람이 맘 편히 나를 애용할 수 있는지, 내가 그 사람에게 필요할 사람인지 아닌지에 초점을 맞춘다면, 의외로 진급이 쉬울 수 있다는 점을 알려두고자 한다.


물론, 모든 경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니, 위에 말들은 적절히 받아들이길 바란다. 참고로 난 이러한 사실을 깨닫는데 20년이나 걸렸다. 잘 이용만 하면, 나의 20년의 노하우를 한순간에 쉽게 몸에 장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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