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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윤지 Sep 10. 2023

한강대교

삶과 죽음의 교차로



강바람이 제법 몰아친다. 뜨거운 한낮의 열기가 바람에 흩어진다. 죽음을 방지하는 작은 구멍구멍 사이 모아진 바람은 머리칼을 어지러이 휘날리고 비릿한 강 내음을 전하며 윤슬을 너울 너울댄다.


지금 힘드신가요? 당신의 이야기를 기다립니다.  sos 생명의 전화기 위에 거미줄이 그득해 안심이다. 어쩌면 전화기조차 들지 못했을 사연이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니 아찔하다.


풀 한 포기 없는 인공적인 이곳에도 생명은 살아 숨 쉰다. 다리 위 일정한 비율로 설치된 등 사이에 거미가, 생명이 된 죽음이 가득하다. 빛을 찾아 날아온 먹이는 껍데기가 되어 바람에 달랑달랑 흔들리고 거미들은 새찬 강바람과 주기적으로 떨리는 진동에 맞서 죽음과 삶이 하나의 몸짓이 된다.


뜨거운 햇살과 차디찬 바람과 끝없는 소음 속에서 착착 착착 집을 짓는 거미 한 마리. 어지러운 폐허 속에서도 신중히 땅을 고르고 기둥을 세우듯 허공 속에 설계도라도 그린 양 착착 착착 가느다란 육각형 실집을 각 세운다.


오늘도 나는

살아가고 있다. 죽어가고 있다.

언제고 한강 대교를 또 건너볼까.

이 노을과 강바람과 홀로의 자유로움을 언제고 느껴볼까. 세찬 바람 속에서도  가녀린 실 뽑아내는 거미의 강한 삶의 현장을 언제고 다시 볼까.

가고 멈추고 살고 죽고 가고 멈추고 살아가고 죽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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